적당한 음주는 ‘보약’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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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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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기분에 들뜬 사람들이 건배를 하면서‘건강을 위하여’라고 소리친다고 해서, 쓴웃음을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술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한 최근 대부분의 연구는 하루 한두 잔의 술은 몸에 유익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적당히 마시면 술도 약이 된다’던 우리 조상들의 선견지명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에 관한 가장 광범위한 연구는 94년 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의과대학팀이 세계 21개 부자 나라의 자료를 기초로 한 것이다. 이 연구는 그동안 의학계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던 ‘프랑스의 역설’(french paradox), 즉 육류처럼 포화지방산이 높은 음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프랑스인에게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현상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주요 선진국 가운데 심장병 발병률이 프랑스보다 낮은 나라는 일본뿐이며, 이는 육류보다는 생선을 중시하는 그들의 식사 습관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된다).

감기·골다공증·당뇨 등 예방 효과

그 결과 미국인들이 청량 음료를 마시듯 포도주를 들이키는 프랑스인들의 주벽이 심장병 발병을 어느 정도 예방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한두 잔의 음주는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동맥 내의 지방분 축적을 어느 정도 예방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 뒤에 나온 연구 결과들도 적당한 음주가 동맥이 막히는 것을 막아 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의 양을 늘려 심장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인터넷 최신 의학 관련 사이트가 제공하는 적당한 음주의 효력은 이밖에도 많다.

△감기에 걸릴 위험을 낮춰 준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실험실에서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다음 감기 증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적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들에게 골다공증이 생길 위험을 줄여준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뼈가 더 튼튼하다는 통계가 있다.

△노인층이나 비만증 환자에게 잘 일어나는 가벼운 당뇨병 증세(타입Ⅱ 당뇨병)를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등등.

의학계에서는 이런 발견들이 흥미로운 것이기는 하나, 주당들이 자기들의 음주벽을 변명하는 논리로 변질시킬 것을 경계한다. 심장병 예방 효과를 비롯한 술의 긍정적 효과들은, 지나칠 경우 술로 인한 각종 간 질환과 암의 원인이 된다. 더욱이 교통 사고를 비롯해 인류에게 일어나는 대부분의 좋지 않은 일에는 거의 다 음주가 관련되어 있다.

의료과학자들이 적당한 음주의 효력을 강조하거나 심장병 예방약으로 술을 권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건배를 외치고 나서 그 한 잔으로 술 자리를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달리 건강을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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