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모스트아이텍의 ‘뚝심 로봇’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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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기업 모스트아이텍, <포춘> ‘2004년 쿨 컴퍼니’에 뽑혀
5월 중순 들어 모스트아이텍(주)으로 걸려오는 국제 전화가 부쩍 늘었다. 사업 제휴를 하거나 거래를 하고 싶다는 외국 기업들이었다. 박상훈 모스트아이텍 대표(46)는 왜 갑자기 외국에서 연락이 오는지 영문을 몰라했다. 박대표의 의문은 뒤늦게 풀렸다. 미국의 <포춘>지가 최근 이 회사를 ‘2004년 쿨 컴퍼니’로 선정한 것이다.

<포춘>은 1993년부터 매년 기술력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생 기업들을 ‘쿨 컴퍼니’로 선정해 왔다. 올해는 벤처 캐피탈 관계자와 기업인들로부터 100여 기업 이상을 추천받고, 이 가운데 15개 업체를 선정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모스트아이텍이 유일하다.

모스트아이텍은 2001년 5월에 생긴 작은 회사다. 직원이 11명인데 이 가운데 연구진이 9명이다. 이 작은 벤처 기업이 만드는 제품은 가정용 로봇. 이 로봇은 가정에 있는 컴퓨터와 신호를 교환하거나 CDMA 전화기를 내장해 휴대 전화로 조종할 수 있다.

로봇에 사방을 확인할 수 있는 적외선 동체 감지 센서를 설치해 침입자가 있으면 바로 사이렌을 울리고 주인의 휴대 전화에 침입 사실을 알린다. 침입자의 사진을 1초당 6~7장 찍는 기능도 있다. 일본에도 이와 유사한 제품이 있지만 가격차가 크다. 일본 제품은 1만7천8백 달러에 달하지만 모스트아이텍이 개발한 로봇은 8백50 달러다. 일본 제품은 관절이 움직이며 이동하지만 이 제품은 바퀴로 이동한다.

외국 기업들로부터 사업 제휴 요청 ‘밀물’

박상훈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창업하기 전 그는 위성방송 수신기와 카 스테레오 등을 제조하는 (주)지원산업에서 10년 동안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1998년 스티로폼을 가공해 목재와 유사한 건축 자재를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외환 위기 때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제품 판매가 여의치 않았다.

2000년 박대표는 일본에서 만든 장난감 로봇 ‘아이보’를 보고 가정용 로봇을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렸다. 1994년 지원산업에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산업용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터였다. 박대표는 “로봇의 메커니즘 기술은 한국이 일본보다 10년 정도 처져 있지만 우리는 IT 기술이 앞서 있다. 로봇 기술과 IT 기술을 결합해 보자고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로봇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한다니까 주변 사람들 가운데 90%가 말렸다. 하지만 그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일본에서 로봇 쇼가 열리면 반드시 참가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레고·장난감 자동차 등이 진열되어 있다. 박대표는 “레고는 바퀴 부분이 정밀하다. 다른 장난감들은 관절 부위를 로봇에 응용할 수 있을 듯해서 모았다”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은 쉽지 않았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시 방편으로 장난감 로봇을 만들어 팔려고도 했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미국의 유명한 완구 유통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중국 진출을 하려 할 때 중국에 사스가 퍼졌다. 결국 장난감 로봇 납품은 물거품이 되었다.

박대표는 경비용 로봇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현재 SK텔레콤과 디지털 홈 네트워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쿨 컴퍼니로 선정된 이후 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30여 외국 기업으로부터 받았다. 박상훈 대표는 “로봇을 보안과 연결한다니 관심을 끈 것 같다. 누군가 우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니 기쁘다. 하지만 아직 춥고 배고프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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