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우리는 회장님만 믿습니다”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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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쌍용자동차, 신차 ‘체어맨’에 사운 걸어…벤츠·GM의 자금 도입도 병행
지난 7월24일 서울 중구 저동 쌍용그룹 본사 18층에 있는 쌍용자동차 자금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틀 전, 증권가와 자금 시장을 강타한 ‘쌍용그룹 부도유예협약 적용설’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확인되었지만, 쌍용자동차는 여전히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쌍용자동차는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가, 쌍용자동차 때문에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가.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말한다. 한 증권회사 투자분석부장은 “쌍용자동차는 그룹에 짐만 될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매각하는 것이 그룹에 보탬이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쌍용그룹 사정에 밝은 다른 전문가는 “쌍용자동차 때문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쌍용자동차가 엄청난 부채와 누적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 정도는 그룹이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쌍용자동차의 부채 총액은 3조7천억원인데, 자기 자본은 3백55억원밖에 안된다. 부채가 자기 자본보다 백 배나 많은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적자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2천2백84억원이나 되었다. 그렇다면 쌍용자동차는 어떤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그룹 계열사의 희생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쌍용정유는 쌍용자동차의 최대 주주(25.3%)로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94년부터 3년 연속 천억원 이상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는 이 회사는, 내수 시장의 12%를 차지하는 업계 3위 기업이다.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사로부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고, 수출 비중이 높아 국내 정유사 간의 휘발유 가격 인하 경쟁에서도 피해를 적게 보고 있다. 따라서 올해도 흑자 폭이 줄어들지 않으리라는 것이 쌍용측의 진단이다.

쌍용자동차의 또 다른 자금줄은 쌍용양회이다. 그룹의 모기업인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 2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시멘트 가격이 상승해 추가 이익이 예상된다. 이 두 회사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쌍용자동차는 진작 무너졌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직원 감축·생산 시설 매각에 박차

쌍용자동차는 올해 초 삼성그룹과의 인수 협상이 결렬된 뒤 대대적인 경영 합리화 작업에 착수했다. 2000년 흑자 경영을 목표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인원 감축이다. 지난해 46명이던 임원을 25명으로 줄이고, 올해 안에 관리 직원 5백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98년에는 상용차 생산 시설을 매각해 자금 1조5백억원을 확보하고, 직원도 3천5백명 정도 줄일 계획이다. 그밖에 벤츠사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협상을 8월에 마무리짓고, GM과는 기술 이전 및 지분 참여 협상을 계속 벌여나갈 방침이다. 외국 업체의 지분을 49%선까지 늘려 자금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쌍용측의 계산이다.
그러나 쌍용측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체어맨’이다. 오는 10월 출시되는 이 차를 위해 지난해 말까지 투자한 돈이 2천3백27억원이고, 올해에도 1천2백7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올해 생산량은 2천 대이고, 98년에는 2만 대, 99년에는 3만 대, 2000년에는 4만 대 수준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쌍용측은 지금까지 투자한 막대한 자본을 올해부터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과 체어맨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높은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체어맨이 예상대로만 팔리면 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하나는 쌍용측의 예상대로 체어맨이 많이 팔리겠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사 체어맨이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만성 적자의 늪에서 쌍용자동차를 구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혼다 자동차는 초히트 상품인 레저용 차량 ‘오디세이’를 내놓고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과연 체어맨이 한국판 오디세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쌍용은 체어맨에 사운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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