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제] ‘고공 섹스’에 속앓는 항공업계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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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항공업계가 ‘비행기 안 섹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내 성행위가 늘어나자 항공사들은 승무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운송노조가 대대적 캠페인을 벌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지난 5월 말 런던을 떠나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던 남아프리카항공 소속 여객기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한 남녀 한쌍이 남들이 보는 앞에서 대담하게 섹스를 즐겼던 것이다. 참지 못한 승객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보안요원이 달려왔고, ‘여기가 창녀촌인 줄 아느냐’는 그의 호통에 남녀는 마지못해 ‘하던 일’을 중단했다.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같은 일은 그리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지난 2년간 기내 섹스와 성폭력으로 인해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끌려 온 승객은 모두 15명. 큰 문제가 될 만큼 많은 수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항공에서도 기내에서 발생한 소란의 3분의 1이 섹스와 관련된 것이었다. 싱가포르 항공의 한 보안요원은 “어느 항공사를 막론하고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모두들 쉬쉬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항공사는 잠잘 수 있는 튜브 마련해 ‘틈새 마케팅’

이같은 일이 갈수록 빈번해지자 모든 항공사가 승무원들에게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전세계 4백80개 항공사 노조의 연합체인 국제운송노조가 지난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승무원들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물론 기내에서 섹스를 벌이는 것이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화장실 또는 담요 밑에서 섹스를 즐긴 사람들을 뜻하는 ‘고공 클럽’(mile-high club)이라는 말이 항공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만 보아도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뻔뻔스러워졌다는 것이 국제승무원협회 고든 베닛 사무총장의 얘기다.
특히 최근 들어 그같은 일이 급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탑승객 수준이 옛날만 못하다. 비행기 여행이 자유로워진 뒤 객실이 콩나물 시루처럼 붐비고, 승무원들은 승객 개개인에게 신경 쓸 수 없게 되었다. 술에 취해 계속 떠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일부 항공사는 아예 기내에 잠잘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대서양 노선에 잠잘 수 있는 튜브를 갖춘 여객기를 운항하는 버진 아일랜드 항공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여객선과 기차 안에서도 그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객기 안에서만 안된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라고 주장한다.

다른 항공사는 꿈도 꾸지 못할 마케팅 전략이다. 지난해 델타 항공 여객기가 호놀룰루를 떠나 로스앤젤레스에 착륙할 때 있었던 일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여성이 기내 화장실에서 남자 친구와 일을 벌이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승무원이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으니 빨리 나와 자리에 가 앉으라”며 쾅쾅 문을 두드렸다. 승무원은 항공 운항 규정까지 들먹이며 빨리 나오라고 목청을 높였다.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승무원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아서 이 사건은 촌극으로 끝났다.

그러나 성추행 당한 승객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실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년 전 호주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여객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15세 소녀에게 손을 댔다가 22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 미국인이 대표적이다.

기내에서는 기장의 말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승객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기장은 항공 운항 규정에 따라 체포하거나 비상 착륙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성적인 문제로 말썽을 일으킨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27년간 승무원 생활을 한 뒤 캐나다 밴쿠버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바버라 던 씨는 후배 승무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승객의 눈을 보고 위엄 있게 이름을 부르라. 칵테일 바에서 술 취한 고객을 날려 버리듯, 만m 상공에서 기체 밖으로 승객을 날려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마디로 재치를 발휘해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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