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제]‘연기 없는 담배’ 만들기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8.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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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를 없애면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겠지만, 반대로 담배 피우는 ‘멋’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최근 국내에 선보인 ‘연기 없는 담배’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 같
사람들은 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까. 또 담뱃갑에 쓰인 대로‘폐암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에게 더욱 해로운’담배를 왜 청소년들은 기를 쓰고 배우려 하는 것일까.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하는 이유 중의 80%는 아마 담배 연기의 유혹 때문일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멋들어진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담배 연기는 누구든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보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한다.

그런데 만약 담배에서 연기를 없앤다면? 간접 흡연으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반대로 사람들의 흡연 욕구를 없애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최근 국내에도 선을 보인 ‘연기 없는 담배’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 같다.

미국 담배 회사인 RJ 레이널스가 얼마 전 출시한 ‘프리미어 라이트’는 기존 담배에 비해 연기가 60%나 줄어 애연가들에게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담배 끝에서 타는 연기의 60%를 줄인 것이다. 당연히 입안으로 들어가는 연기는 그대로이다. 금연 캠페인이 확산되자 간접 흡연으로 인한 피해도 줄이고 애연가들을 붙잡아 두려고 담배 회사들이 ‘기발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를 줄이는 비밀은 담배를 만 종이에 있다. 종이에 첨가하는 약품이 연기를 눈에 안 보이도록‘감추는’ 것이다.

지난 8월 이후 일본에서 1억 개비 팔려

이 담배를 개발한 회사가 처음 공략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인처럼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예절에 신경 쓰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일본에 상륙한 이 담배는 3개월 만에 1억 개비 판매를 돌파해, 일본 시장 공략에 일단 성공했다. 담배로는 최초로 언론이 선정하는 우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연기를 내지 않는 담배도 있다. 미국 최대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가 개발한 ‘어코드’라는 제품은 연기를 하나도 내지 않고 담배 맛을 즐길 수 있다. 소형 삐삐만한 크기의 라이터가 장착된 특수 키트에 담배를 끼워 놓고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담배를 빨 때 라이터의 전기 히터가 순간적으로 작동해 담배를 태우도록 고안되어 있고, 연기도 이 특수 키트 안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우려도 없다.

일본에는 가운데에 심지를 박아 넣은 담배도 있다. 담배를 빨아들일 때마다 이 심지가 달궈지면서 입 안으로 담배 맛을 전달하는 것이다. 담배 가운데 박힌 심지만 달구어질 뿐 담배는 거의 타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다 피워도 타들어간 부분은 끄트머리 1㎝ 정도뿐이다. 당연히 재가 날릴 이유도 없다. 라이터가 장착된 특수 장치를 갖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이 담배는 미국과 일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연 구역에서도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점은 점점 궁지로 몰리는 애연가들에게 적지 않은 매력인 모양이다.

비싼 것이 흠… 특급 호텔 식사비와 비슷한 담배 등장

문제는 이러한‘환경 친화형’담배들이 얼마나 잘 팔릴까 하는 것이다. 개발하는 데 보통 담배보다 훨씬 많은 기술 투자비가 드는 만큼 본전을 뽑으려면 매출을 더 올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담배들의 가격은 보통 담배보다 훨씬 비싸다. 어코드 한 갑의 가격은 무려 40달러. 담배에 전기 라이터와 충전지 등이 따라붙다 보니 담배 한 갑의 가격이 특급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것만큼 비싸지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프리미어 라이트라는 담배로 국내에 상륙한 RJ 레이널스도 연기 없는 담배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애연가들이 연기 없는 담배를 ‘팥소 없는 찐빵’처럼 여겨서 등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단순히 껌을 씹다가 버리는 것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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