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제] 자동차 경주 대회의 경제학
  • 마카오·李哲鉉 기자 ()
  • 승인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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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그랑프리 포뮬러3 경주(아래)를 보기 위해 마카오를 찾는 관광객은 10만명에 이른다. 관광업이 주력 산업인 마카오에 자동차 경주 대회는 최고의 이윤을 보장하는 관광 상품인 셈이다.
지난 11월21∼22일 마카오는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경주대회를 치르느라 떠들썩했다. 인구 43만명에 불과한 조용한 도시 마카오의 거리는, 시속 2백㎞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경주용 차의 굉음에 휩싸였다. 수많은 외국인이 아시아 최고의 자동차 경주 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마카오 국제 공항을 통해서, 또는 홍콩에서 들어오는 페리선을 타고 마카오로 들어왔다. 12인승 시코르스키 헬리콥터는 홍콩과 마카오를 하루 스물여섯 번 왕복하면서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마카오 최대 잔치인 ‘마카오 그랑프리’는 경주 코스가 굴곡이 심하고 급커브 구간이 많아 세계 자동차 경주 대회 가운데 가장 위험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54년 아마추어 경주로 출발한 이 대회는 올해로 45회를 맞이했다. 이번 그랑프리 기간에는 투어링 카·모터 사이클·스포츠 살롱·포뮬러3(F3) 경주가 잇달아 열렸다.

대회 마지막 날인 11월22일에는 마카오 그랑프리의 꽃인 포뮬러3 경주가 열렸다. 마카오 포뮬러3 경주는 포뮬러1(F1)이나 F3000으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회이다. 세계 최고의 레이서 24명만이 출전하는 포뮬러1 대회와 포뮬러1에 비해 떨어지지만 배기량 3000㏄ 이상 경주용 차량이 참가하는 F3000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배기량 2000㏄ 차량이 출전하는 포뮬러3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도요타·혼다, 최고의 엔진 제작 기술 과시

올해 마카오 그랑프리 포뮬러3 경주에서는 일본 포뮬러3 우승자인 스코틀랜드 출신 피터 덤프렉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었다. 도요타 톰스 팀이 제작한 엔진과 달라라F398 새시(외피)를 두르고 출전한 덤프렉은, 포뮬러3 경주에서 1·2차 경주 합계 1시간12분49초588을 기록하면서 1위로 골인했다. 세계 17개국 레이서들이 참가한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아쉽게도 한국 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포뮬러3 레이서가 없는 데다 경주용 자동차 엔진을 제작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기술이 뒤떨어진 탓이다.

자동차 경주 대회는 스피드 애호가나 자동차 경주 팬만이 즐기는 행사가 아니다.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과 제품 성능을 견주는 곳이다. 경주에 우승한 자동차의 엔진을 제작한 업체는 기술과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는다.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 포뮬러3 경주에서 우승해 2000㏄ 자동차 엔진 제작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임을 입증한 셈이다.

또 혼다의 레이서 차량 엔진 제작팀 ‘무겐’은 마카오 그랑크리 포뮬러3 경주 10위 안에 네 팀이나 이름을 올리면서 역시 자동차 엔진 제작 기술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여해 그 기술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마카오 그랑프리의 앞날은 밝지 않다. 세계 각지를 돌며 진행되는 포뮬러1 경주가 마카오와 잇닿아 있는 중국 경제 특구 주하이에서 내년 2월 열리기 때문이다. 중국 주하이가 포뮬러1 경주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개최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국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부터 포뮬러1 경주를 유치하려고 했다. 전라북도 군산과 강원도 태백이 유력한 후보지였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닥치자 개최를 포기해 결국 중국 주하이로 넘어간 것이다.

마카오 그랑프리 포뮬러3 경주를 보기 위해 마카오를 찾은 관광객은 10만명에 이른다. 관광업이 주력 산업인 마카오에서 그랑프리 행사는 최고의 수입과 이윤을 보장하는 관광 상품인 셈이다. 한국은 포뮬러 대회 개최를 포기해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위상을 세계에 알릴 기회와 엄청난 관광 수입을 함께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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