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단독 투자가 유리
  • 김대석 (대한무역진흥공사 뉴델리 무역관장) ()
  • 승인 1995.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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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부쩍 한국 기업들의 인도행이 잦아지고 있다. 투자 환경을 탐색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인도는 해외 투자가들에게 까다로운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사회간접 시설의 취약, 강력한 노조로 인한 잦은 노사 분규, 까다로운 합작조건 따위가 외국 기업 진출에 걸림돌이 돼 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인도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인도에 관한 외국의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도 정부와 업계는 개방형 성장 정책을 추구해온 한국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인도 정부는 한국 기업이 자기 나라의 자유무역 지대와 수출가공 지대에 진출하고 합작사업을 통한 기술 이전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94년 12월 기준 양국간 교역 규모는 약 17억달러에 달했고 91년 8월~94년 11월 3년 5개월간 한국 기업의 인도에 대한 투자가 71건, 9천3백50만달러로 늘어나고 있지만 양국 경협 규모는 그리 활발한 편이 못됐다. 업종 별로는 직접투자와 기술제휴가 모두 전기·전자·화학의약품·기계금속· 섬유완구 순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양국간 산업구조의 차이와 기술 협력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도는 철광석·석탄·망간·원면 같은 자원도 많다. 인도 정부는, 정부 독점 또는 과점 상태에 있는 이들 분야에 민간 및 외국 기업의 지분과 기술 참여를 환영하고 있다.

노조 막강…저임 효과는 기대 말아야

인도는 못사는 나라에 속하는데도 전반적인 산업 수준은 후진국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엔지니어링 등 몇몇 분야에서는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고 소프트웨어·핵기술·유전개발·무기기술 등은 세계적이다. 또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책 변화와 인도 정부의 지원도 전력·통신·유전개발·항만 등 사회간접 분야의 대규모 플랜트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 분야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진출하기에 더 알맞은 분야이다. 기술, 자본, 조직력, 분쟁 대처 등 여러 면에서 인도 기업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외 투자 위험도(특히 중소기업)를 단독 투자와 합작 투자로 분류해 조사해 보면, 합작 투자의 위험도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랜 신뢰 관계를 구축하여 파트너와의 협조 관계에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있거나, 신규나 중고자본재, 플랜트·기술 등을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는 방법의 하나로 선택하는 경우 외에는 단독 투자가 바람직하다. 인도 정부의 정책적 제약으로 합작 진출이 불가피한 경우나 전력·통신 등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는 예외일 것이다.
인도 단순 노동자의 대부분은 10~20일씩 결근하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이다. 일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는데, 이런 현상은 델리를 포함한 북부 지역에서 특히 강하다. 또 영국에 지배 당한 영향으로 노동관계 법규가 선진국에 못지 않고 노조 활동이 특히 강하다. 공기업 민영화 시책이 당초 계획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공기업 노조의 반발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노조는 주요한 정치 세력의 하나이다. 인도는 노동력이 풍부하고 임금도 낮지만 노동생산성까지 매우 낮아서 저임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부동산 구득의 어려움도 꽤 크다. 자유무역지대는 임대 지역이므로 논외이지만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나 대도시의 대부분은 인도인에게도 99년까지 임차하는 조건이며 매입 가능 지역은 사회간접시설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벽지가 대부분이다. 또한 매입하더라도 부동산 임대 수익 및 매매 차익을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 것은 불허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를 겸한 투자는 현 단계에서 고려할 것이 못된다.

최근 동남아 지역은 그동안의 급속한 투자 증가와 집중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인건비 급상승으로 일부 업종에서 투자 유인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대상지역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머지않아 인도는 아시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황금 시장으로 떠오르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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