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차, 제2 전성기 향해 '박차'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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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비 판매량 82% 증가…
BMW '부동의 1위', 도요다 '태풍의 눈'


외국 자동차 업계에 한국은 '얄미운' 나라다. 세계 제5위 자동차 수출국인 한국이 지난해 전세계에 수출한 차량은 1백66만대. 반면 수입량은 4천4백대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난 6월 12∼13일에 열린 한·미 통상회담의 최대 쟁점은 자동차 분야였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정부에 관세 인하와 세제 개편 등 수입 자동차 판매량을 늘릴 조처를 시행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수입 차가 전성 시대를 구가한 것은 1990년대 중반. 1996년 판매량 만 대를 돌파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0.82%까지 점유했던 수입 차는 1997년 말 '직격탄'을 맞았다. 외환 위기로 말미암아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수입 차 시장은 화려했던 전성 시절을 재현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5월 수입 차 판매량은 2천8백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늘어났다. 경기 침체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수입 차 시장이 7천∼8천대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러한 회복세를 주도하는 것은 유럽과 일본 자동차이다.


현재 수입 차 시장 부동의 1위는 점유율 38%인 BMW.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80%나 늘어났다. 지난 1월 '렉서스'를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한 도요다 자동차는 '태풍의 눈'.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렉서스 LS 430(배기량 4300cc)은 1억원이 넘는 고가이지만 판매한 지 두 달 만에 100대 판매 고지를 돌파했다.


BMW·도요다, 치밀한 고객 확보 전략 '주효'




수입 차가 한국 시장 점유율 1% 달성한 적은 없다(판매대수)

















1996년 1997년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1∼4월
10,315대(0.82%) 8,136대(0.70%) 2,075대(0.36%) 2,401대(0.26%) 4,414대(0.41%) 2,200대(0.67%)
2001년 업계 예상치
7,000∼8,000대

자료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이처럼 '잘 나가는' 업체의 공통점은 수입 브랜드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치밀하게 고객 확보 전략을 펼쳤다는 점이다. BMW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자동차 업계가 BMW의 성공 비결로 꼽는 것은 마케팅의 힘. 1995년 BMW 코리아를 설립해 직판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BMW는 포드·크라이슬러·볼보 등 경쟁 회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다. 그러나 외환 위기 때 경쟁 업체들이 마케팅을 줄이고 영업점을 폐쇄하는데도 BMW는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한 대에 5천만∼1억 원이나 하는 제품인 만큼 마케팅·애프터 서비스에 꾸준히 공을 들이지 않으면 고객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BMW는 기업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에도 철저하다. BMW의 자동차 광고에 어린이·시골 풍경 등 '감상적인' 요소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빠르고 역동적이며 첨단을 걷는다'는 이미지를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다의 렉서스는 1989년 출시 이후 미국에서만 100만대가 팔린 베스트 셀러. 렉서스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에는 일단 해외에서의 명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렉서스를 찾는 주고객도 해외 유학생·외국 주재원 출신 등 해외파이다. 여기에 한국 도요다측은 수입 차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전시·서비스·정비 센터를 하나로 통합한 영업점을 구축해 고객들이 자동차 구입에서부터 수리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주요 부품 보증 수리 기간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파격적인 4년 10만km이다(국내 업체들은 2년 4만km를 보장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수입 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미국 차가 유럽·일본 세에 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을 든다. 1990년대 중반 1달러에 8백∼9백 원 하던 환율은 현재 1천3백원대. 5년 전 2천9백만원 하던 포드 토러스의 가격은 환율이 치솟자 지금 3천9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도로가 넓고 주차 공간이 많은 곳에서 몰도록 만들어진 미국 차는 한국인의 정서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럽 차와 달리 미국 차는 고급품이라는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수입 차 시장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값비싼 수입품'이라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뒤부터 국산 차와 수입 차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는 추세다. 르노-삼성의 'SM5'는 프랑스 르노의 자본에 일본 닛산의 '멕시마'를 뼈대로 하여 한국 공장에서 만드는, 이른바 세 나라 국적을 가진 자동차이다. 아직 2차 협상 중이기는 하지만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 자동차 다국적화는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고 수입 차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일본의 경우 수입 차 시장 점유율은 7∼8%. 국내에서도 3∼4년 안으로 수입 차가 내수 시장의 4∼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물론 IMF와 같은 '이변'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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