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분석’ 약발 세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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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잇달아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금감원 보고서 때문



수수료 인하의 계절이다. 삼성카드가 6월1일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2.3% 포인트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LG카드가 8월1일부터 수수료를 3.5% 인하할 방침이다. 국민카드도 7월25일 카드 수수료를 22.6%에서 19.8%로 2.8% 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일단 카드사가 정부와 시민단체의 인하 요구에 굴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끈질기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정부도 ‘현금 서비스 문제는 시장 원리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카드사들을 압박했던 무기는 신용카드사의 영업 실태를 낱낱이 밝힌 원가분석 보고서였다. 7월22일 금감원은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있는 것은 지난 3월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한 수수료 원가분석 결과를 기초로 한 것이다”라고 밝히고, 보고서 내용 일부를 요약해 보도자료에 첨부했다. 그간 보고서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었다.



<시사저널>은 이미 지난 5월(제658호) 이 보고서의 존재를 알리고 핵심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금감원의 이번 발표는 그 보도를 확인해 준 것이다. 이 보고서는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2월부터 두 달 동안 국민·LG·삼성 카드를 조사해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 작성은 5월 중순에 끝났지만 보도 문구를 둘러싸고 회계법인과 금감원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2천억 이상 순이익 더 올린 사실 확인돼



보고서는 신용판매(가맹점 수수료 등)와 대출(현금서비스 등)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핵심 내용은 국내 카드 3사의 평균 가치창출액이 8천4백억원(세전)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금감원이 가치창출액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눈에 띈다. 가치창출액은 널리 쓰이는 금융 용어는 아니며, 이번 금감원 발표 자료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이 단어가 생소했기 때문인지 언론은 7월22일 발표 내용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당기순이익은 수익에서 비용을 뺀 것이다. 가치창출액은 여기에서 기회비용까지 뺀 것을 말한다. 당초 보고서에는 ‘초과이윤’으로 표현되었는데 ‘초과’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금감원이 바꾼 것으로 보인다.
카드회사들의 평균 기회비용이 1천5백32억원(자산 기준)이므로 가치창출액이 8천4백억원이라는 말은 당기순이익이 1조원 가량 발생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카드사 스스로 발표한 당기순이익이 8천2백억원이었는데, 실제 순이익은 그보다 2천억원 이상 더 올린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카드사가 대손충당금을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가치창출액 8천4백억원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신용 판매 3백28억원, 현금서비스 4천6백42억원, 카드론(대출) 3천4백33억원 등이다. 신용카드 회사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 판매 부문에서는 이익을 별로 남기지 못한 반면, 대부분의 이익을 부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현금서비스(대출) 부문에서 남긴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할 여지가 많다고 결론 냈다.



금감원이 이번에 발표한 원가 분석 보고서는 정확한 분석만이 상대를 설득하는 무기임을 증명한다. 수수료를 내리라는 감정적 호소에는 끄덕하지 않던 신용카드사들이 과학적인 분석 앞에 손을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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