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벌어 밖에다 퍼줬다
  • 장영희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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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중 여행 수지 적자 4억1천만 달러…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설 수도



한국은행은 8월28일 7월중 국제 수지 동향을 발표했다. 이 자료는 매월 발표되는 여러 통계 자료 중 하나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반향이 컸다. 7월중 여행 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다투어 크게 보도한 언론들은 1998년부터 계속된 경상 수지 흑자 기조가 적자로 반전될 것을 걱정했다. 몇몇 언론은 외환 위기 이전에 흥청망청 써대던 과소비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해외 여행객들을 겨냥했다.


7월중 여행 수지는 해외 여행과 유학 송금이 급증하면서 적자가 4억1천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래 최대 규모였던 1997년 7월(4억1백만 달러)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은 7월이 여름 휴가철인 데다가 출국자 수가 월별 사상 최대치인 72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휴가철인 지난해 7월 수준보다 56%가 증가했으니 경고음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행 수지는 서비스 수지의 한 항목이므로 그 적자가 당연히 서비스 수지 적자로 이어진다. 또 서비스 수지 적자는 경상 수지(상품 수지+서비스 수지+소득 수지+경상 이전 수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이번 통계가 경상 수지를 적자로 반전시키리라는 예측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7월중 상품 수지 흑자는 9억3천만 달러(1∼7월 누적 규모는 85억9천만 달러)에 달했지만 경상 수지는 3천만 달러 흑자에 그쳤다. 서비스 수지 적자가 8억3천만 달러(37억6천만 달러)로 급증해 상품 수지에서의 흑자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서비스 산업 관장 부처 ‘압박’


여행 수지에서 비롯된 서비스 수지 적자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질적이고 만성적이다. 서비스 수지는 관광이나 유학, 운임, 컨설팅료, 특허권 사용료 같은 외국과의 서비스 거래에서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의 차이. 그것이 만성적인 적자라는 사실은 한마디로 한국 서비스 산업이 그만큼 뒤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 여행자들을 탓하기 이전에 과연 한국이 관광지로서 매력이 있는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로는 관광산업뿐 아니라 교육·의료·컨설팅 등 다른 서비스 산업도 매한가지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한국은행의 통계를 적극 활용할 기색이다. 이 자료가 한국 서비스 산업의 질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경부 관료들은 경상 수지 문제는 상품 수지를 관장하는 산업자원부가 아니라 서비스 산업을 쥐고 있는 비경제 부처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교육과 의료, 관광산업 등을 맡고 있는 비경제 부처들이 관련 산업 보호를 구실로 개방에 저항하고 있을 뿐더러 경상 수지 적자는 재경부와 산자부 몫이라며 나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경상 수지는 소폭 흑자나 균형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번 외환 위기를 겪었던 나라여서 적자로 반전된다면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정부는 다소 느긋하다. 모든 면에서 지금은 1997년 상황과 비교할 수 없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강력한 안전판으로 1천1백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 보유고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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