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사위 사랑’ 제각각
  • 장영희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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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각별, 동양·오리온은 총수 맡아…LG·한진·코오롱은 경영 배제


최근 제일기획에서 제일모직으로 전보된 김재열 상무보(35)는 언론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도 아닌 그에게 관심이 쏠린 것은 그가 김병관 〈동아일보〉 사주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상무보는 부인인 이서현 부장(30)과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게 되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호텔신라 부장으로 재직 중인 이회장의 첫째딸 이부진씨(33)의 남편인 임우재씨(34)는 현재 유학중. 임씨는 지난해 9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MBA 과정에 진학했다.



그렇다면 재벌가의 사위로서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은 누구누구일까. 대표 주자는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54)과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48)이다. 두 사람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첫째·둘째 사위인데, 아들이 없던 이회장은 그룹을 사위들에게 물려주었다. 고려대 초대 총장인 현상윤 박사의 손자인 현회장은 검사로 일하다가 장인의 요구에 따라 19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경영에 발을 들여놓았다. 재미(Fun) 경영을 강조하는 담회장은 2001년 9월 동양그룹에서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등이 떨어져 나가 계열 분리된 오리온그룹을 이끌고 있다.



재벌 총수 가운데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사위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회장은 사위 3명 가운데 두 사람을 중용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사장(43)과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부사장(35)은 정회장의 둘째와 세째 사위. 정회장은 올해 초 외아들인 정의선 전무(33)를 부사장으로 올리면서 두 사위도 승진시켰다. 사위를 경영에서 철저하게 배제한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와 달리 정회장이 사위를 중용하게 된 것은 동생과의 경영권 다툼인 왕자의 난이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후계자인 처남 돕는 역할”



하지만 재벌가 사위들은 일반적으로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해 왔다는 것이 재계 사람들의 총평이다. 특히 한진그룹·코오롱그룹·한국야쿠르트 창업주들은 사위들에게 회사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했다. 지난해 타계한 고 조중훈 한진 회장은 네 아들에게 자기 몫의 기업을 지정해 주었지만 외동딸과 사위(이태희 법무법인 한미 대표)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코오롱그룹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과 이동찬 명예회장은 더욱 사위를 푸대접한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사위가 경영에 참여하면 경영 일관성을 잃을 수 있고 사내 파벌이 생겨 인화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회사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슬하에 1남5녀를 둔 이명예회장이 의사와 교수 같은 전문직 사위를 고른 것도 사위 경영 배제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



LG그룹에서도 사위는 백년손님일 뿐이다. 김화중 희성금속 부회장(58)과 최병민 대한펄프 사장(51)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첫째와 둘째 사위이자 기업인이지만, 처가 기업과는 거리를 두고 산다. 유일한 예외라면 6남4녀를 둔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사위인 이재연씨가 LG카드 사장을 지낸 것을 들 수 있지만 오래 전 일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위들은 장인으로부터 후계자인 처남이 총수로 옹립될 때까지 지근 거리에서 돕는 역할을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삼성과 현대의 사위들이 좋은 예라는 것이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사위인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44)도 그런 예로 꼽힌다. 장회장의 맏아들은 채형석 그룹 부회장(44).



재벌가 사위들은 독자적인 경영보다는 처남을 돕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몫을 떼어줄 공산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들은 머지 않아 호텔신라와 제일모직을 부진씨와 서현씨가 남편과 공동으로 경영하게 되리라고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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