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추스른 코스닥 아픈 만큼 성숙해지나
  • 양미영 (이데일리 증권부 기자) ()
  • 승인 200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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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벗고 힘찬 날갯짓…“강세장 지속” 낙관론 우세
코스닥이 심상치 않다. IT 거품 붕괴 후 애물로 전락했던 코스닥 시장이 2005년 다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390선을 밑돌던 코스닥 지수는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500선까지 올라섰다. ‘대박주’도 속출했다. 예컨대 줄기세포 테마주 가운데 하나인 ‘산성피앤씨’는 석 달간 17배 가까이 올랐다. 테마주 대부분이 상한가 행진과 함께 300~500% 가량 상승했다.

이런 파죽지세 앞에서 투자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과연 지금 뛰어들어도 되는 것일까. 연초 코스닥 시장의 강세는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이 촉발했다. 정부는 건전한 벤처기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부실한 기업은 좀더 빨리 퇴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벤처 활성화 대책의 최대 수혜지인 코스닥 시장이 꿈틀댔고, 새해 들어 세계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표 참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거품보다는 코스닥 시장이 질적 변화를 통해 재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물론 연초 코스닥 시장은 과열 양상이 뚜렷했다. 단순한 기대감이 주가를 올리면서 테마주들이 득세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무선 인터넷, 휴대 인터넷(Wibro), 줄기세포, 홈네트워크 등 온갖 테마들이 난무했고, 여기에 이름만 걸쳐놓으면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닥 기업 체질 개선 등이 상승 주요인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테마주보다는 우량주와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들이 시장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테마주 안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된 것이다.

코스닥 기업들의 자체적인 체질 변화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대신증권은 코스닥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4/4분기 6.8%에서 바닥을 찍고, 올해 1/4분기 이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도 미진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대(거래소 제조업체 평균은 약 17%)로 개선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역시 코스닥 기업들의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7.9%,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8%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코스닥 시장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이유는 또 있다. 시장 가치 평가이다. 코스닥 주식은 최근 급격하게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2000년 고점을 기록한 이후 코스닥은 거래소대비 저평가가 지속되었다. 지난해에도 거래소 시장이 10% 가량 상승한 반면, 코스닥 시장은 15% 이상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2000년 이후 일곱 차례에 걸친 반등 국면에서 거래소가 평균 50~60%가량 반등했는데 코스닥은 지난 8월 저점 이후 지난 1월 초까지 불과 26.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코스닥 지수는 여전히 2003년 중반 수준까지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근거다.게다가 현재의 지수 상승은 일부 테마주들이 주도한 경향이 강하므로, 실적 호전주나 우량주가 약진할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2001년 벤처 거품 붕괴의 쓰린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연초 테마주의 급등은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증폭시켰다. 그 악몽에 힘을 보태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코스닥 지수가 오르면서 미수금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초 잠시 9천억원을 넘어섰던 미수금은 지난 1월 말 다시 1조원에 육박했다.

미수금은 고객이 주식을 매수하면서 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발생한 대금이다. 상장기업 주식을 매수 주문할 때에는 주문 증거금 40%가 필요하고 나머지 60%는 결제일까지 납입해야 한다. 미수를 통한 매수는 매수력을 증가시켜 주가를 상승시키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하락폭을 더욱 크게 만든다. 미수금 증가가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증가세와 맞물리면서 향후 조정장이 오면 충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시장의 초강세를 비관적으로 보는 또 다른 근거는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이 주가 상승에 실익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올 1/4분기 안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서 코스닥 시장을 다시 달굴지 모르지만 반대로 실망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은 증권사 수익성에는 단기간 기여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증권업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그동안 모두 네 번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었는데, 2001년을 제외한 세 번은 코스닥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주식거래대금 증가 역시 단기적이었다. 최근 지수가 오르는 속도가 가팔라 한두 차례 정도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도 일단 경계해야 한다.“저평가된 우량주를 주목하라”

코스닥 시장이 더 오른다 해도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투자자는 손해볼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에서조차 올 들어 외국인이 사들인 상위 10종목의 주가는 10.5% 오른 반면, 개인 투자자 선호 종목은 같은 기간 10.4%가 하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종목 선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 역시 앞으로 테마주보다는 우량주가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변동성이 심한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승 탄력이 적더라도 급락세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종목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단기 매매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도 염두에 둘 만하다.

대우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시장이 안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함성식 연구원도 대형주를 비롯한 실적호전 종목과 신규 등록주를 중심으로 접근하되 테마주의 경우 일정 차익 실현 후에는 매도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충격을 배제하기 힘든 만큼 시장 주도주가 기술주로 전이되는가, 외국인과 기관이 지속적으로 매수하는가, IT 경기 전망은 좋은가 등을 꼭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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