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에 묻힌 ‘100년 비밀’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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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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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적 보물인 ‘침몰선 돈스코이’ 발견…인양=타임캡슐 개봉
100년의 비밀을 안고 바다 밑에 잠들어 있던 돈스코이호의 비밀이 풀릴 수 있을까? 지난 6월3일 동아건설이 울릉도 바다 밑에서 러시아 군함 디미트리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해양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돈스코이호에 수십조원대로 추정되는 보물이 실려 있다는 소문까지 덧붙여지면서 주식 시장까지 요동해 ‘보물선 소동’이 재연되기도 했다(34~35쪽 딸린 기사 참조). 동아건설이 보물선 발굴에 뛰어든 때는 1999년. 당시 동아건설측과 70억원 용역 계약을 맺고 돈스코이호 발굴 연구를 진행해온 한국해양연구원 해저유물·자원연구센터(센터장 유해수)는 지난 5월20일 울릉도 저동 앞바다 2km 지점 수심 약 4백m 해저 계곡에서 침몰선을 발견했다. 무인 잠수정에 딸린 카메라가 촬영한 침몰선은 뱃머리를 계곡 쪽으로 향한 채 똑바로 서 있었고, 선체의 측면에는 152mm 함포가 탑재되어 있었다. 침몰선이 있던 해저 계곡의 바닥에서는 소이탄에 맞아 불탄 흔적이 남은 조타기와 속사포 지지대, 총알과 파편 흔적이 보이는 단검 모양의 물체가 발견되었다. 해양연구원 관계자들은 침몰선 함포로 보아 군함이 확실한 데다, 돈스코이호 외에는 울릉도 해상에서 침몰한 배의 기록이 없다는 점을 들어 돈스코이호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러일전쟁에 참전한 돈스코이호(함장 뢰베데프)는 1905년 5월29일 일본군의 집중 포화를 맞고 울릉도 해상으로 쫓기게 되자 선원들을 모두 울릉도에 내려놓은 뒤 스스로 침몰을 택했다. 러시아와 일본의 전사(戰史)에 따르면, 돈스코이호는 그 해 5월29일 오전 6시40분에 부장(제1 항해사)을 맡고 있던 브로킨이 청년 장교들과 함께 울릉도 앞바다에서 자침시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일본군은 포로로 붙잡힌 돈스코이호 함장 뢰베데프에게 “영웅적인 함장에게 예의를 표한다”라며 전쟁 영웅으로 예우했다. 돈스코이호에 승선했던 생존 포로 3백50명에게도 특별 대우를 해주었다고 한다. 울릉도 주민들에게도 러시아 배가 침몰했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전해졌다. 1980년대에 울릉도 해안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했다는 한 언론인은 “울릉도에 살던 노인들로부터 러시아 배가 침몰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독도 박물관에는 지금도 러시아제 주전자가 전시되어 있다. 이 주전자는 돈스코이호를 침몰시키기 전에 울릉도에 상륙했다가 포로로 붙잡힌 러시아 군인들이 사용했던 물건으로 알려져 있다. 돈스코이호 발견은 한국 해저 유물 탐사 기술의 개가로 꼽힌다. 선체가 발견된 곳은 해저 지형이 험준한 해저 계곡이어서 전문적인 탐사 방법을 사용해도 발견하기 힘든 지역이다. 한국해양연구원 탐사팀은 불확실한 전사 기록과 지역 주민들의 기억 및 구전(口傳) 등 열악한 기초 자료만 가지고 발굴에 뛰어들었다. 유인 잠수정과 무인 잠수정, 심해 카메라 등 과학적인 탐사 장비를 활용해 탐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선체를 발견한 것이다.

침몰선 발견의 대표적 사례로는 타이태닉호(1912년 4월14일 침몰)가 꼽힌다. 타이태닉호는 탐사 초기부터 정확한 좌표를 가지고 탐사를 시작했고,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와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 미국 해군이 연합해 8년 이상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발견했다.

발견된 침몰선이 돈스코이호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실제 인양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내년 말까지 선체 내부 등에 대한 정밀 탐사를 마친 뒤 인양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수심 4백m 심해 계곡에 묻혀 있는 100년 전 침몰선을 인양한다는 것은 고난도 기술력이 필요하다. 동아건설이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도 인양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한국해양연구원측은 바다 속에 있는 돈스코이호 자체가 귀중한 보물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유해수 박사는 “돈스코이호는 100년 전 상태 그대로 멈춰 있는 타임캡슐이다. 학술·문화적 가치가 크고 해양생물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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