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교체 없이 방송 개혁 없다”
  • 나권일 기자 (nafrsisapress.com.kr)
  • 승인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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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급 이상 관리자에 대한 재평가와 청산 없이 KBS를 개혁하기는 어렵다. 보도·제작 부서는 전면적인 세대 교체를 단행해 기풍을 쇄신해야 한다.” KBS 노조는 개혁 과제의 첫 번째로 상층 간부들에 대해 ‘과감한 인적 청산’을 꼽았다.

인적 청산 대상은 정치권에 줄대기를 했던 ‘정치 기자’와 노사 관계를 악용해 ‘사내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정치 PD’ 등이다. 박권상 사장 재임 때 ‘전주고 학맥’을 무기로 전횡을 휘둘렀던 간부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 KBS 내부에 파다한 ‘전주고 5인방’ 가운데 본부장급 ㅈ씨 등과 국장급 ㅇ씨 등이 대표적인 전주고 인맥으로 거론된다. 박권상 전 사장은 3월8일 이사들과 가진 조찬 모임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전주고 언론인회(전언회) 간부 ㅇ씨를 부탁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대부분의 KBS 임원들은 노조원들로부터 신망을 잃고 있다. 2002년 노조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본부장급 간부 신임 평가에서 본부장들은 모두 50% 미만 지지에 그쳤다. KBS의 한 중견 간부는 “사장실과 부사장실·본부장실·센터장실이 몰려 있는 여의도 KBS본관 6층을 ‘6병동’이라고 부르는 직원들이 있다”라고 귀띔했다. 관료주의에 젖어 있는 상층부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작 부서 PD들 가운데는 “KBS 개혁은 <이제는 말한다>를 방송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1998년 2월, 당시 KBS 노사는 개혁실천팀(팀장 김철수)을 꾸려 프로그램 세 편을 제작했지만 (이상운 PD)와 <조선일보를 해부한다>(구수환 PD)는 끝내 방영하지 못했다.

특히 는 간부들과 ‘정치 기자’로 몰린 보도국 일부 기자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해 사내 시사회만 마친 채 영상자료실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개혁실천팀을 이끌었던 한 PD는 “KBS를 다룬 문제의 프로그램에는 당시 간부들과 ‘정치 기자’들의 부끄러운 행태와 증언이 생생한 육성으로 담겨 있다”라며 <이제는 말한다>를 ‘해금’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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