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소외론 ‘물막이 인사’?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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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출신 언론인 박정삼씨 2차장 기용 ‘눈길’
지난 4월30일 청와대가 국정원 차장 인선 결과를 발표하자 박정삼 2차장(59)에게 관심이 쏠렸다. 과거 그의 이력으로 보아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을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기자 출신으로서 판단력과 조직 관리 능력을 구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전남 강진 태생으로 광주일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박차장은 <한국일보> 편집부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뒤 1980년 한국기자협회 감사를 맡았다가 해직되었다. 해직 이후의 경력이 매우 다채롭다. (주)봉명에너지 기획실장을 시작으로, 제일증권, 프로야구단 청보핀토스 단장을 거쳐 <서울경제신문>과 <한국일보>에서 일했다. 그 뒤 <국민일보>로 옮겨 편집국장을 지냈고, <스포츠 투데이> 전무이사와 경향미디어그룹 사장, <굿데이> 신문 대표이사를 두루 거쳐 지난 3월 말 <굿데이> 비상임 고문으로 물러앉았다. 박씨는 언론계에서도 발이 너르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언론계에서는 박씨를 강직한 ‘해직 기자’ 이미지보다는 인간성 넘치는 ‘선배’나 ‘형님’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박씨가 2차장에 선임된 배경은 미스터리다. 박차장과 광주일고·서울대 동문으로 친분설에 시달린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유력 후보였던 언론계 인사가 박씨를 대신 추천하면서 자기는 고사했다. 내가 추천했다거나 박씨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자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박차장은 ‘풀무원’ 창립 멤버로 원혜영·유인태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박씨를 발탁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소외론을 다독거리려는 ‘호남 배려’ 차원으로 본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씨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런 정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 호남쪽 정치권 인사들도 거들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박차장이 임명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세 위축을 우려했던 호남, 특히 전남 출신 인맥들의 어깨가 펴졌다는 말도 나돈다. 기조실장에게 인사권이 있지만 2차장 관할 업무와 관련된 인사는 기조실장이 2차장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불안해 하는 호남 출신 인사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않겠느냐는 기대이다.

박정삼 2차장은 4월3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인사는) 지역보다 능력과 조직 공헌도가 고려되어야 한다. 고생하고 노력하신 분들의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절대적으로 공헌했던 직원들의 노력은 보상받아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국정원의 호남 출신 간부들이나 공안부서 직원들이 한숨을 돌릴 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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