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ㅇ 아무개 교수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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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서울대병원에서 ㅇ교수를 만났다. 병동 의사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인지 그의 연구실에는 명패가 없었다. 본인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사건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터뷰를 싣는다. 기자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 3월 중순에 겸직 해제되었으나, 사실상 사건이 불거진 2월부터 진료를 하지 못했다. 나는 신장암이나 전립선암 등 병세가 중한 환자들을 주로 다뤄왔다. 그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후에도 ㄱ씨와 얘기를 하자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조와 대화하라는 것이다. 물론 수술장 간호사들이 처음 사과를 요구할 때 본인들이 기한을 정했는데, 일이 바빠 그 날 하지 못했다. 그러자 바로 노조로 내려간 것이다. 그쪽은 노조가 나섰고 나는 혼자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 말들이다. 오랜 세월, 특정 맥락에서 스쳐가면서 했던 말일 텐데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이 사건의 발단은, 내가 간호사의 업무 미숙을 호되게 질책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성희롱이니 뭐니 하는 쪽으로 문제가 부각되었다. 유감이다. 나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사람이다. ㄱ간호사는 성격이 화통해 그동안에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 받아왔다. 또 나에게 ‘과장님은 수술도 잘하고 매너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로 집안 사정도 잘 알고. 그가 불쾌해 하고 문제를 삼아왔다면 내가 왜 그랬겠는가. 정말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당연하다. 연구와 강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내게는 의사라는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 하루빨리 진료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애썼고 나름으로 인정도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번 주 국제 세미나에서도 발표할 논문이 네 편이나 된다. 하루아침에 이 지경이 되다니, 식구들 보기도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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