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찾겠다 폭발물, 사방이 지뢰밭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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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 폭발물·지뢰 수색 작업 어물쩍…주민들, 간 졸이며 생활
지난 여름 집중 호우로 물난리가 난 이후 최근까지 경기도 연천군청과 군 당국은 수해 복구 작업 외에도 ‘지뢰 찾기’라는 또 다른 임무를 덤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방 지역에서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군사 지역에 묻혀 있던 지뢰와 군부대 탄약 창고에 보관하던 폭발물이 대량 유실되어 민간인 출입 지역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물난리 직후 군 당국은 군의 수재 현황을 알리는 보도 자료를 통해 ‘155㎜ 고폭탄 등 탄약 35종 8백64t이 유실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뒤 폭발물 문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국방부 쪽은 폭발물 유실 현황을 고쳐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가 밝힌 내용은 포탄 등 탄약 총 1천9백74t이 유실되고, 지뢰 매설 지역 3천4백㎡가 물에 휩쓸렸다는 것. 유실된 탄약 중 민간인 거주 지역에 유입된 양은 총 34t으로, 이 중 11t을 회수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탄약 약 4t 가량이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쓸려갔다는 당초 발표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수해가 난 지 석달째. 유실 폭발물에 대한 공포는 이들 수해 지역에서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해당 지역 행정 관서와 군 당국이 요주의 전단을 돌리고, 탐지기까지 동원해 열심히 폭발물 찾기에 나섰지만 회수된 양은 극히 일부이다. 경기도 연천군청 문화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단 2만장을 살포했으며, 경고판 39개와 현수막 34개를 제작해 곳곳에 설치했으나 이는 단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응급 조처일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실된 폭발물을 전부 찾아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폭발물 찾기에 관여하는 사람 모두의 판단이다”라고 말한다.

관광객 발길 끊어 지역 경제 휘청

유실된 폭발물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일명 ‘발목 지뢰’인 M14와 M16 대인 지뢰이다. 무게 25.5g에 국방색으로 되어 있는 발목 지뢰는, 일단 터졌다 하면 밟은 사람의 발뒤꿈치를 망가뜨려 절단 수술을 받게 할 정도의 중상을 입힌다고 해서 이같이 부른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대인 지뢰가 가벼운 충격에도 폭발할 수 있어 인명 피해 우려가 더욱 높다는 점이다. 폭발물 신고를 받고 있는 연천경찰서측은 “다행히 아직 우리 관내에서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농로 개설 공사를 하던 불도저가 지뢰에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간을 졸이고 있다”라고 말한다.

유실된 폭발물 가운데에는 무게 4㎏이 넘는 81㎜ 박격포탄과, 무게 2.7㎏짜리 60㎜ 박격포탄, 수류탄도 섞여 있다. 수해 당시 국방부는 유실된 폭발물들이 강물에 휩쓸려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연천 일대 한탄강·임진강의 5개 지류 하천과 인근 지역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폭발물 회수 작업이 시작된 지 석달이 넘은 11월 말 현재까지도 군 당국은 이들 폭발물이 유입된 지점은 물론 유실량과 회수량 현황 등 그간 벌인 작업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유실 폭발물 수색 작업이 소리 소문 없이 어물쩍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실 폭발물이 평소 피서객이나 낚시꾼이 몰리는 임진강·한탄강 쪽으로 흘러든 사실은 또 하나의 문제를 낳고 있다. 관광객들이 유실 폭발물이 폭발할 가능성을 우려해 발길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해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8월4일 강원도 양구군 파로호에서 낚시하던 사람이 홍수 때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발목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치기도 했다.

경기도 연천군의 한 관계자는 “지뢰가 유실됐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기까지 몇년간 우리 군은 지뢰로 인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 한탄강 유원지에 손님이 뚝 끊겼는데, 홍수로 인해 유원지가 워낙 폐허처럼 된 탓도 있지만 유실 폭발물이 한탄강에 떠내려왔다는 소문이 손님들 사이에 퍼진 탓이 컸다”라고 말한다.

지난 여름의 수해는 이래저래 수해 지역 주민들에게 시련을 안겨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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