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림 의원 “F16 선정, 삼성·GD 합작품”
  • 丁喜相 기자 ()
  • 승인 199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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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기종 변경 ‘검은 거래’ 증거·증인 확보”
민주당 강수림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의 큰 덩어리가 율곡사업에서 조성되었다고 주장한다. 91년 3월 이뤄진 차세대전투기사업 기종 변경이 제너럴 다이내믹스사(GD)와 삼성항공의 '청와대 로비 합작물'이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그 증거로 관련 기밀 서류와 예금 흐름도, 통장 사본, 관련 핵심 인물들의 증언 등을 확보했다는 강의원을 만나 보았다.

노태우씨가 차세대 전투기 기종 변경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는 증거를 확보했는가?

그렇다. 기종 변경이 결정된 91년 3월 초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종구 국방부장관 통장으로 흘러들어간 예금 계좌를 공개한다. 대동은행 충무로지점 계좌번호 301-01-023817이다. 예금주는 김정태이다. 이 돈은 세탁 과정을 거쳐 이종구씨의 동생 이 훈씨 계좌를 거쳤다가 이종구 장관의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그 예금 계좌와 기종 변경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

기종을 변경하는 순간 현직 장관의 예금 계좌에 대통령이 3억원을 넣어줬다는 것은 율곡사업을 떠나서는 설명할 수 없다. 모계좌인 청와대 계좌를 추적하면 율곡사업 관련 뇌물의 본덩어리를 찾을 수 있다.

노태우씨의 율곡 뒷돈은 스위스 은행 등 해외 계좌에 있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추정이지 않은가?

노태우씨는 기종 변경 대가를 양쪽에서 받았다. 한쪽은 F 16 제작사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이고, 다른 한쪽은 이미 면허 생산업체로 지정됐던 삼성이다.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리베이트는 스위스 은행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삼성에서 나온 돈은 청와대가 직접 받았다. 이번에 검찰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소환해서 밝혀낸 자금은 3백억여원이다. 그 중 기종 변경 시기에 건넨 돈은 율곡 관련 자금이다. 이종구씨 계좌로 흘러들어간 노태우 비자금의 모계좌를 추적하면 명백히 드러나리라 본다.

제너럴 다이내믹스사가 노씨에게 리베이트를 건넸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82년에 F 16 36대를 직구매할 때도 5공 정권 핵심에게 1억달러가 갔다. 당시는 외교 행낭(파우치)으로 들어왔다는 증언을 재외 공관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6공 시절 F 16으로 기종을 변경할 때도 제너럴 다이내믹스사로부터 노대통령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그같은 내용은 93년 감사원의 율곡사업 특감 때도 못 밝힌 게 아닌가?

못 밝힌 게 아니라 결정적 단서를 잡고 감사원이 노태우씨를 압박해 들어가자 김영삼 대통령이 못하게 해서 안밝힌 것이다. 그 뒤 2년간 내가 별도로 군·감사원 등의 기밀자료와 관련 요인들을 면담한 결과 기종 변경으로 노씨에게 거액의 뒷돈이 간 것을 알았다.

그 내용을 공개해 달라.

처음 결정된 FA 18 제작 회사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당시 노대통령에게 5천만달러(약 4백억원)를 주려고 했다. 그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그런데 노씨는 이미 5공 당시인 82년 F 16 36대를 직도입할 때 리베이트가 1억달러였는데 1백20대에 이르는 FA 18 리베이트가 5천만달러밖에 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보고 기종 변경을 검토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증인도 있다.

삼성측은 FA 18에서 F 16으로 변경됨으로써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그건 엄살이다. 나는 마지막 단계로 삼성항공을 조사하고 있다. 삼성항공은 미국내 생산가가 당시 대당 2천3백만달러인 F 16을 4천3백만달러에 들여오기로 했다. 물론 국산화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F 16 1대에는 정밀부품이 43만개 필요한데 이것을 면허 생산할 국가적 시스템 구축은 어림도 없었다. 설령 국산화에 성공해 계속 생산해도 미국은 계약서에 해외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국산화 타령은 한마디로 정경유착의 기술적 표현이다. 그리고 6공 외교안보팀의 주축인 이동복·김종휘 라인과 삼성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동복씨가 삼성항공 사장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노태우 비자금 파동 국면 때 주요 증거들을 공개해 진상을 가려내야 하지 않는가?

이 증거들은 복사하거나 사진 찍지 말고 훑어 보기만 하라(그가 차례로 설명해 주는 자료는 ‘기밀’ 딱지가 붙은 각종 서류와 계좌 사본이었다). 이미 법무부장관에게 이 내용을 넘겨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93년 율곡감사를 현 정권이 덮어버렸다는 점에서 율곡 비리와 현 정권의 정치 자금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아 제대로 진상을 밝힐지는 의문이다. 만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경우 정권이 바뀐 뒤에도 이 건을 끝까지 추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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