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불기소는 검찰의 오류
  • 김 당 기자 ()
  • 승인 199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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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책임자 ‘불기소 처분’의 법리적 오류 분석/내란·살인죄로 기소 가능
5·18 광주 민중항쟁 관련 피고소·고발인 58명 전원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이 일파만파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에 실시한 <중앙일보>(7월19일자)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74.3%가 ‘공소권 없음’ 결정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전라도민의 경우에는 90% 이상이 공감하지 않고 있다. 또 ‘검찰의 가장 바람직한 결론’을 묻는 설문에 대한 반응은 ‘내란죄 인정후 기소(41.9%)’ ‘12·12와 마찬가지로 내란죄 인정하되 기소유예(42.2%)’ ‘무혐의 결정(7.7%)’ ‘공소권 없음 결정(5.8%)’ 등으로 나타나 절대 다수가 내란죄만큼은 인정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결국 검찰의 ‘공소권 없음’ 결정이 ‘최악의 선택’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5·18 사건이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향후 5·18 사건에 대한 바람직한 처리 방법’을 묻는 설문에 ‘이 정도로 끝내고 역사적 평가에 맡기자’(38.7%)는 쪽보다 ‘특별법 제정, 특별검사제 도입해 끝까지 밝혀야 한다’(60.5%)는 쪽이 훨씬 더 많았다. 이같은 결과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검찰의 논리가 반역사적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계엄포고령 발표는 내란 행위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문에서 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부터 80년 8월 최규하 대통령 하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위, 즉 ‘5·17 쿠데타와 권력 장악 과정’에 대해 ‘이른바 정권 창출의 준비 또는 기초 행위로서의 실질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그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내란죄 성립 여부)는 기피했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는 검찰이 그러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범죄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우선적 과제로 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럴 경우 당시 대통령은 물론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보안사 참모들에게 비상계엄 전국 확대, 국회 해산, 내각을 조정·통제하는 비상기구 설치, 정치 활동 규제 등을 ‘시국 수습방안’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한 사실은 명백한 ‘내란음모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야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같은 판단은, 만약 현재 장성급·영관급 군부 고위 간부 수십 명이 이러한 작업을 추진하는 단계에서 적발되었다면, 검찰이 어떤 죄목을 적용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자명해진다. 또 앞서의 사항들을 전국주요지휘관회의를 통해 결의하고, 국무회의에서 계엄 확대 안건을 심의할 때 회의장 주변에 집총한 병력을 대거 배치하여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면, 그것만으로 내란죄의 요건, 즉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 검찰이 발표 사실에서 인정하듯, 계엄포고령 10호 자체가 ‘계엄 선포권자인 대통령에게 문서상의 재가를 받지 않고 포고 발령한 성립 절차상의 하자를 갖고 있고’ ‘지체없는 국회 통고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그것으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등을 침해할 수 없는데도 국회의 기능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계엄포고령 발표 행위 및 그 집행 행위 모두가 내란적 행위에 해당하며,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고 국회 활동을 불가능케 한 조처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 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케 한’ 국헌 문란행위이며 ‘군 병력을 동원한 것은 폭동에 해당하는 것’이 되어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 해석이다.

또 설령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내란죄에 해당되지 않는다 해도 이러한 개별적 행위에 대해 불법 체포·감금죄(형법 124조), 특수공무방해죄(형법 144조) 같은 형사법적 판단은 유효하다는 시각이다. 한편 보안사 일부 참모들이 계획하고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주도하여 추진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행한 공직자 숙청, 삼청교육, 언론인 해직, 언론사 통폐합, 재산 헌납 강요 등은 내란죄에 흡수될 수 없는 독자적 범죄 행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그러나 이 또한 각각 형법상의 협박죄·강요죄·강도죄 등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과정’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내란 목적 살인 및 살인 여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 우선 그것이 ‘치밀한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라면 광주에서의 전반적인 유혈 진압과 살상은 국헌 문란의 폭동 행위로서 내란죄를 구성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치된 시각이다.

반면에 전두환씨 등 이른바 신군부 세력의 주장대로, ‘과잉 진압에 따른 우발적 사고’로 본다면 광주에서의 일련의 행위가 반드시 내란죄의 일부로 흡수되지는 않겠지만, 이 또한 인명 살상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은 별개로 가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설령 ‘자위권 발동’을 주장한다 해도 자위권의 개념으로 모든 살상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자위권 발동인지 아닌지 여부를 하나하나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확인했다고 생색을 낸 시위대 연행 과정에서의 살상, 주남마을 및 송암동 부근에서의 주민 학살 행위는 ‘국민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자세’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잔학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거창 양민 학살,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미라이 양민 학살, 최근 세르비아인들의 학살 행위 등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내란죄에 흡수될 수 없는 집단 살상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범죄(양민 학살)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 책임자조차 가려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이처럼 5·18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범죄 행위를 ‘공소권 없음’이라는 편리한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 사법적 판단을 외면하거나 공소 시효를 핑계삼아 기피했다. 검찰이 그같은 결정을 한 근거로 내세운 것은 ‘성공한 쿠데타(내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형법상 내란죄의 기수 조항이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즉 형법상 내란 예비음모죄, 내란미수죄는 두되 내란기수죄는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법상 내란(기수)죄 조항을 두고서 내란이 성공하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검찰의 논리는 사실상 ‘성공한 내란범에 대하여 누가 처벌할 힘이 있겠는가’ 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그러나 이 논리 또한 ‘사실상의 힘은 없어도 법적으로는 엄연히 범죄’라는 지적 앞에서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한인섭 교수(경원대·법학)는 그 예로 미수복 지구이자 반국가단체의 완전한 힘의 지배 아래 있어 대한민국의 형벌권이 전혀 미치지 않는 북한 지역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형법이 적용된다고 하는 확고한 판례를 든다.

또 ‘내란은 과연 성공했는가’ 하는 문제도 논란 대상이다. 만일 그것이 성공한 쿠데타라면 현재의 문민 정부가 바로 그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세력의 충실한 계승자가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내세운 핑계는 통치 행위에 대한 사법 자제론이다. 그러나 통치행위론의 시대착오성을 떠나, 통치행위론을 적용하려면 검찰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수사하지 말았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공소권 없음’이었다. 공소권 없음이란 검찰이 법원에 형사재판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피의 사건에 대해 소송 조건이 결여되거나 형면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검찰 사건사무규칙(제52조 3항 4호)에 규정돼 있다. 이 중 ‘소송조건을 결’하여 공소권이 없는 경우란 (1)피의자 사망 (2)법인 소멸 (3)재판권이 없는 때 (4)소추요건을 결한 때 (5)확정 판결이 있은 때 (6)동일 사건에 대하여 소송 계속이 존재할 때 (7)형의 폐지 (8)형의 면제 (9)사면 (10)공소 시효 완성 등이다.

검찰은 1년여 동안 고민한 끝에 (3)번을 찍었다. 그러나 한 법학 교수는 만일 검찰이 인정한 사실만을 가지고 그것을 사법시험 사례 문제로 출제한다면 검찰의 결론대로 정답이 나오는 경우는 한 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검찰의 결정은 사법적 판단이 아닌 고도의 정치적 판단(34쪽 기고문 참조)에 따른 것으로, 그 자체가 직무유기(수사 미진)이거나 사법 심사 대상을 사전에 농단하는 데 따르는 국민의 재판청구권 박탈 같은 범죄를 구성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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