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분규 온라인 해결사 ‘발걸음’을 만나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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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으로 알려진 ‘사학 분규 해결사’ 김경재씨 인터뷰
‘여전하시군요.’ ‘아저씨 말씀 너무 멋있어요.’ ‘발걸음님 언제나 처방전 100%.’ 인천외고 사태가 외부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ktuicfighting)의 공이 컸다. 회원수 5천1백명이 넘는 이 카페 게시판에는 운영자 ‘발걸음’(본명 김경재·49)에 대한 감사의 글이 곧잘 올라온다.

운영자 김경재씨는 사학재단 분규를 겪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사학재단 킬러’로 불린다. 용화여고 사건(cafe.daum.net/ 18yong)이나 고명중고 사태(cafe.daum.net/ kmlove21) 때도 그가 온라인 카페의 운영자를 맡아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김씨는 일단 사건이 마무리되면 바람처럼 사라졌다가 다른 학교에서 사건이 터지면 검객처럼 돌아오곤 했다.

학내 분쟁으로 치부될 뻔한 사건들이 그가 나서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그가 뛰어든 사건은 결국 교사가 복직하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원만히 풀렸기 때문에 김씨는 ‘사학 분규 해결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부평여고 교사 문윤심씨(55)는 “사학재단 분쟁 때마다 발걸음씨가 나타나면 카페 분위기가 달라졌다. 게시판이 일거에 정리되고 중구난방으로 흐르던 논점이 하나로 모인다”라고 말했다. 발걸음, 아니 김경재씨의 진짜 직업이 뭔지, 이런 험한 일에 나서는 이유가 뭔지, 교사들 사이에서 늘 화제에 오르지만 발걸음이라는 필명 외에 그의 실명과 얼굴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경주에 사는 그를 수소문해 인터뷰했다.

재단 분쟁 때마다 구원투수처럼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업이 사학재단과 관련 있나?
아니다. 평범한 시민이다. 2년 전까지 재수·보습 학원을 운영했고, 지금은 컴퓨터 관련 자영업을 한다.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6년 전부터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가졌다. 성수여중·옥정중·대덕고 등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카페를 운영해 왔는데 자연스레 사학재단 문제로 관심이 발전했다. 인천외고 사건은 교사들이 카페를 맡아 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을 텐데.
용화여고 사건 때 명예훼손 건으로 기소되어 아직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카페를 폐쇄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받았다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기도 했다. 지금 인천외고 건으로 하루 18시간 정도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마 직업이 자영업이 아니었다면 운영자 노릇 하기 힘들 것이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에 그토록 열정을 쏟는 이유가 궁금하다
굳이 이유를 캐자면 관련한 가족사가 있기는 하다. 1961년 아버지가 교원노조운동을 하다 3년간 파면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집안이 너무 힘들었다. 크레파스를 사는 게 소망이었으니까. 요즘도 파면당한 인천외고 교사들을 보면 그들의 자녀부터 먼저 걱정하게 된다.

왜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연 적도 있다. 하지만 학교 분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인천외고 학생들이 1천명 정도인데 카페 회원은 5천명이 넘는다. 온라인에서 여론을 잘못 흔들면 오프라인에서도 밀린다.

사학재단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해결책이 무엇인가?
사학재단의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한다. 그리고 자녀를 명문 대학에 보내겠다는 장밋빛 환상으로 학교가 뭘 하든 방치하는 학부모들도 각성해야 한다. 이런 분쟁이 생기면 상처받는 것은 결국 감수성이 예민한 자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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