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개발, 섬 망친다
  • 안산 대부도·金恩男 기자 ()
  • 승인 199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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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주민, 해안 매립·원유 기지 건설 ‘반대’… 개발사 “합법 사업” 행정 심판 청구
전국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 나들이 안내 책자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수도권 최대의 바닷가 휴양지 대부도(경기도 안산시)가 최근 섬 여기저기를 파헤치는 개발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업권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과 개발 사업자 사이에 마찰이 끊이지 않고, 일부 학자와 시민·환경 단체들은 간석지를 보존하기 위해 개발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까지 끼여들어 사태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만들었다.

현재 대부도에는 크게 두 군데에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섬 동북단 구봉지구의 해안 매립과 남단의 원유 비축 기지 건설 계획이 그것이다(아래지도 참조)
안산시, 대규모 관광 휴양지 개발 야심

농어촌진흥공사가 추진하는 구봉지구 사업은 해안 간석지 3백98ha (1백20만여 평)를 매립해 최첨단 농업 시범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너지가 건설하려는 원유 비축 기지는 원유 총 4백50만 배럴(우리나라 이틀분 원유 소비량)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인천에 가동 중인 정유 공장과 이 기지를 60㎞ 길이 송유관으로 연결해 만성 적체 상태인 인천항을 출입하는 데 드는 물류비를 줄여 보겠다는 것이 한화측 구상이다. 기지와 접안 시설을 짓기 위해 한화 또한 해안 약 23ha(6만9천5백 평)를 매립할 계획이다.

그런데 안산시가 여기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한화가 메추리섬에 대해 산림 훼손 허가를 신청하자 안산시가 지난 4월 이를 반려한 것이다. 매립 예정지로부터 1.5㎞ 떨어진 메추리섬은 매립에 쓸 토석을 얻기 위해 한화가 지난 94년 50억원 가량을 주고 사들인 섬이다. 안산시 방침에 불복한 한화는 경기도에 행정 심판을 청구했다. 이 심판은 지금 계류 중인데 최근 또 한 차례 파란이 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송진섭 안산시장이 한화가 이미 사용하고 있던 토취장(안산시 남동 산 241)에 대한 토사 채취 허가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혔기 때문이다. 토사 채취 허가는 1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한화가 받은 허가는 6월30일로 기한이 끝난다.

이에 대해 한화에너지측은 ‘인기 위주 행정의 표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2년부터 적법한 심의·보상 절차를 밟아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도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민선 시장이 이에 편승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한화측의 주장이다. 88년 이 계획을 처음 승인한 통상산업부(당시 동력자원부)도 원유 비축 기지는 국가 기간산업 구축 정책에 포함되는 만큼 지역 이기주의에서 말미암은 거부권 행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산시에 반발하기는 농어촌진흥공사(농진공)도 마찬가지이다. 구봉지구 매립 사업을 중단해 달라는 의견서가 시장 명의로 계속 날아들기 때문이다.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는 농업용수 확보 방안에 대해 농진공은 아무 문제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시화 담수호 오염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쏟고 있고, 매립 공사 완료 시기가 2000년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그 사이에 농업용수로 끌어 쓸 시화호의 수질이 회복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농진공 관계자의 전망이다. 만의 하나 수질이 회복하지 않는다 해도 매립 지역 내에 자체 담수호를 30ha 규모로 만들면 용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그는 장담한다.

이들 양대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안산시의 속셈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들끓는 지역내 반대 여론을 잠재워야 하는 부담감이다. 보상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대부도 일부 주민과는 별도로 안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 단체가 지난해 ‘대부도 살리기 안산 시민 포럼’을 만들어 지금까지 세 차례 공청회를 여는 등 활발한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화의 원유 비축 기지는 원유 유출 사고에 따른 해양 오염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화측 관계자는, 유조선 등 선박과 달리 비축 기지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8만t급 이하 선박만 입출항이 허용되는 인천항과 달리 26만t급 대형 유조선이 드나들 수 있는 대부도 기지가 완성되면 선박 사고 위험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안산환경운동연합 김미정 사무차장은 79∼94년 발생한 해양 오염 사고 가운데 10.9%(3백89건)가 저유 탱크·송유관 등 육상 및 해양 시설에서 일어난 사고(해양경찰청 통계)라며 이같은 논리에 맞선다.
안산시의 또 다른 속셈은, 대부도를 대규모 관광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있다. 지난해 경기도 공영개발사업단은 오는 2002년까지 한화 기지가 들어설 대부도 남서단 메추리 지역(1백50만 평)과 남동단 선감 지역(백만 평) 일대에 수도권 최대 규모로 임해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이를 위한 기본 조사 및 설계 용역을 의뢰한 상태이다. 이에 안산시도 동참해 이익을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한화측은 아직 허가도 나지 않은 사업을 이유로 이미 백억여원이나 개발비를 투자해 9% 공정을 보이고 있는 공사에 훼방을 놓는 것은 행정 기관의 횡포나 다름없다고 반발한다. 나아가 한화는 대부도 예정지가 4년간 면밀한 조사를 펼친 끝에 찾아낸 최적 입지라며 한치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못박고 있다.

경기도, 6·27 선거 직전 한화 사업 승인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빚어진 배경이다. 경기도가 대부도를 포함한 서부 수도권 임해 관광단지를 처음 구상한 것은 91년이다. 그러나 이것이 본격 추진된 것은 지난해 6·27 선거 이후 민선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하면서부터였고, 경기도는 그 직전인 5월29일 한화의 공유수면 매립 면허 실시 계획을 인가해 주었다. 대부도 살리기에 나선 시민·환경 단체들은 국가 경쟁력 확보 논리를 내세워 얼마 남지 않은 서해안 청정 해역에 원유 비축 기지를 건설하려는 자본의 발상을 비판한다. 또 이를 방조하거나 부추긴 지난날의 밀실 행정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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