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선교 열 올리는 한국 교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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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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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교회 등 한국 기독교계 이라크 선교 활동…조기 진출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
“가십시오. 세계로 떠나십시오. 순교하겠다는 각오로 전도하십시오.” 지난 7월2일 오후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본당은 주일이 아닌데도 신도 1천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교회가 초청한 국제예수전도단 열방대학 딘 셔먼 목사가 ‘영적 전쟁’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날이었다.

신도가 3만명이 넘어 한국 5대 교회 중 하나로 꼽힌다는 온누리교회가 요즘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선일씨와 온누리교회의 관계에 의문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군수업체라는 가나무역의 직원 4명이 알고보니 온누리교회 신도들이었고, 이들은 장사보다 선교에 목적을 두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온누리교회가 김선일씨 장례식을 주도하면서, 김씨의 신분이 온누리교회가 파견한 선교사라는 설도 제기되었다.

김선일씨는 온누리교회가 파견한 선교사?

온누리교회측은 소속 신도 4명을 가나무역으로 보낸 사실은 인정했다. 온누리교회 이기원 목사는 “김비호 장로(가나무역 사장, 김천호씨의 형)가 직원이 필요하다고 온누리교회 협력목사를 통해 요청해 왔다. 우리는 교회 청년부에 광고를 내 자원자를 받았다. 선교 훈련을 시킨 뒤에 이들을 파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선일·김천호·김비호 씨는 온누리교회 소속 선교사도 아니고 신도도 아니다”라며 세간의 소문을 부정했다.

온누리교회는 2003년 10월10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사무실을 빌려 ‘한인연합교회’를 설립했는데, 김선일씨와 김천호씨가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것이 인연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온누리교회가 이 바그다드 한인연합교회에 파송한 선교사 10명은 이라크 사태가 격화한 지난 4월 요르단으로 피신했지만, 김선일씨는 온누리교회 선교사들이 빠져나간 이후에도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온누리교회는 이라크 외에도 전세계 40여 나라에 선교사 5백여 명을 파송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선교사 2천명을 보낼 계획이다. 온누리교회 이기원 목사는 “이라크의 경우 사담 후세인 시절에는 전도할 만큼 여건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 이후 복음의 문이 활짝 열렸다”라고 말했다.

아랍 지역은 기독교계로서는 ‘마지막 땅끝 선교지’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라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중동선교회 회장 조정회 목사는 “구약 성경의 많은 장면이 바빌론·아시리아 등 이라크를 무대로 하고 있어 성경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이라크 전쟁은 선교의 관점에서 보면 중동의 고지를 점령하는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한국 기독교계의 이라크 진출은 활발했다. 최근 한국 교단은 바그다드에 신학교를 세웠는데, 미국·영국을 제외하고 이라크에 기독교 신학교를 세운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교계 일각에서는 기독교의 이라크 조기 진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첫째, 가나무역의 경우처럼 신분을 감추고 전도하는 사람이 많아 투명성이 의심된다. 김선일씨 피살 사건을 놓고 갖가지 억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비밀주의 때문이다.

선교 활동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기여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황필규 인권국장은 “미군과 함께 일하는 선교사들을 이라크인들이 어떤 눈으로 보겠는가. 이라크 현지 사정상 우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 NGO나 의사·교사·건축가·기술자 등이 봉사하는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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