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소총 한 자루도 남이 팔면 배 아파
  • 주성민(자유 기고가) ()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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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독하게 한국 견제…
브라질·이집트 등과의 협상 잇달아 훼방


국제 무기 시장에서 최대 공급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1998년 한 해에만 1백65개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거나 면허 생산해 4백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국방부의 무기 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재래식 무기를 팔아 올린 수입만 1백23억 달러이다. 미국은 대량 살상 무기 확산을 방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전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 소형 무기에서부터 미사일·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물량을 팔고 있다.




같은 해 한국은 재래식 무기를 1억4천7백만 달러어치를 해외에 팔았다. 이 수출 규모는 미국과 비교가 안될 뿐더러 그나마 수출품 대부분은 소총·박격포·탄약 등 소형 무기였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9년 한국은 삼성항공이 면허 생산한 M109 자주포를 브라질에 판매하려고 협상했다. M109의 사정거리는 24km였으나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하면 최대 30km까지 발사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아주 높았다. 그러나 미국의 방해로 판매가 좌절되고 말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값비싼 첨단 무기를 전세계에 팔면서 한국이 소총 한 자루를 수출하려고 해도 견제한다"라고 말한다. 국방부와 국내 방산업체는 이집트·뉴질랜드·호주에 판매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이 계속 제동을 걸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은 무기 수출 금지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인권 침해 국가와 지역간 군비 경쟁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는 원칙적으로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이 인권 침해 국가로 분류한 콜롬비아에 1998년 1억8천만 달러어치를 팔았다. 서로 적대 관계여서 군비 확장에 주력하는 터키와 그리스 두 나라에도 지금까지 30억 달러어치가 넘게 무기를 팔았다. 미국의 수출 금지 기준은 전혀 의미가 없다. 그들은 1988년 적대국인 이란에도 무차별 살상 무기인 지뢰를 팔았다. 미국은 무기 수출에 관한 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자기들은 마음대로 팔면서 다른 나라가 팔면 비난하거나 가로막는다. 미국산 무기의 최대 고객은 40억 달러 이상의 물량을 구매해 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 그 뒤를 10억 달러 이상씩 주문하는 이스라엘과 타이완이 따르고 있다. 한국도 만만치 않은 고객이어서 이집트·터키·일본·그리스·네덜란드와 함께 미국산 무기 10대 수입국에 포함되어 있다.


중국에 대량 수출하며 역전 노리는 러시아


미국·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가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러시아는 극비 보안 시설이었던 '니즈니 타길 병기시험장'을 외국인에게 공개했다. 유일하게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군수산업을 키워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1998년 26억 달러에 불과하던 무기 수출이 1999년에는 48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해마다 러시아제 무기를 10억 달러 정도 구매하던 중국은 작년에 2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중국이 러시아제 무기를 대량으로 사가는 것은, 값이 싸기도 하지만 러시아가 최신 기술을 거리낌 없이 이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쩍부쩍 커가는 중국의 경제력과 러시아의 군수 기술이 결합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군수산업에 투자하지 않던 러시아는 작년에 군수 분야에 연방 예산의 28%를 투자했다. 이 때문에 한때 몰락해 가던 러시아의 군수산업이 회복되어 가고 있으며, 무기 시장을 빼앗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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