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잃고 옥살이 풀려나니까 백혈병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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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애인을 잃은 무고한 경찰관이 범인으로 몰렸다. 서씨는 1992년 11월29일 오전 8시쯤 관악구의 한 여관에서 잠을 자던 이 아무개양(18)의 방에 들어가 핸드백을 훔치려다 이양이 소리를 지르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시 경찰은 범행 현장을 최초로 목격하고 신고한 이양의 애인 김순경(당시 27세)을 범인으로 지목해 억지 자백을 받아냈다.



김씨의 어머니 홍씨는 매일같이 아들을 면회했다. 온 가족이 무죄를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두 누이는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을 접고 집을 팔아 소송 비용을 마련했다.



김씨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직후 진범인 서씨가 사건 1년 만인 1993년 11월24일 노상강도를 하다 검거된 이후 이양을 죽였다고 자백해 풀려났다. 이미 1년 넘게 옥살이를 한 뒤였다. 서씨는 1992년 여관 살인 사건의 진범이 자기라고 실토했다. 서씨는 자백을 한 덕분에 감형되어 7년형을 선고받은 뒤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1999년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출소했다. 출소 이후 성산동에 있는 전기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이번에 누명을 쓴 강씨를 만난 것이다.



감옥에서 풀려난 김순경은 1994년 5월에 복직해 수원에 있는 파출소에서 근무하다가 1997년 7월 퇴직했다. 1996년 10월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던 김씨는 백혈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생필품 가게를 하던 김씨가 몇 달 전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갔더니 병원측은 백혈병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월 중순 김씨는 형에게서 골수를 이식받는 수술을 했다. 담당 의사는 “김씨가 무균실에 입원해 있는데, 현재 경과를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아들은 정말 효자다. 내가 쓰러질까 봐 처음에는 백혈병이라는 사실조차 숨겼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홍씨는 매일같이 새벽 3시에 일어나 기도를 드렸다. “한 가정이 정부와 맞서 싸웠다.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이가 어리다고 나라에서 살려주었으면 마음을 고쳐 먹고 잘 살아야지, 또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깜짝 놀랐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동안 김씨 가족은 전화 번호를 수없이 바꾸었다. 10년 전 일은 김씨 가족에게는 이제는 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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