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편입생도 있답니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03.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법과대, 사법고시 1차 합격생 편법 편입 부추겨



이른바 명문 대학을 나와 다른 대학 의대나 한의대,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역 편입’이 일반화하고 있다.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정당한 것이지만, 편입 규모가 커지면서 학교측이 편법 편입을 부추기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부 법과대학만의 신풍속이다.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한 정 아무개씨는 얼마 전 의외의 권유를 받았다. 지방 대학 법대 학부에 편입하라는 것이었다. 대학원 진학을 그렇게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학부 편입은 금시 초문이었다. 학사 관리를 하려면 지방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그것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있었다. 시험 때면 법대 교수가 손수 시험지를 들고 서울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등록금을 면제하고,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교수가 직접 나서 학점 관리의 수고로움까지 덜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정씨가 해야 할 의무는 단 하나. 사법 고시에 붙은 뒤 그 대학 학생으로 집계에 잡히면 되는 것이다.


정씨는 아예 고시촌의 기숙고시원과 계약을 맺고 학생을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귀띔한다. 정씨에 따르면, 대학의 시험철이 되면 고시원 스터디룸에서는 고시생들이 한데 모여 답안지를 베껴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차 시험 준비에만 몰두하기 위해 손쉽게 학점을 벌어두자는 것이다.
수도권 사립 대학들이 그 학교 출신 고시생을 빼앗아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은밀한 손길은 주로 서울대 비 법대 고시생을 겨냥한다. 대학원생을 유치하던 데서 편입으로 방향을 튼 것은, 언론사가 합격자 통계에서 대학원 재학생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학교의 지명도를 좌우하는 관행이 있는 한, 편법 편입은 지방 대학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인 셈이다. 그 와중에 지방 대학 대학생들은 이중으로 설움을 맛본다. 자신들의 등록금으로 이런 ‘금띠 두른 편입생’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