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세나르 장벽’에도 빈틈 있다
  • 고제규 기자 (unjusisapress.com.kr)
  • 승인 200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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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국인 중국 통해 금지 품목 유입…한국 정부, 합법 통로 빨리 찾아야
한국은 1996년 바세나르 체제에 가입했다. 회원국은 재래식 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문제 국가’에 관련 품목과 기술 수출을 통제한다. 미국 제안으로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이 문제 국가로 지정되었다. 회원국 간에는 강제 조항이 없다. 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출 허가나 거부 사항을 연 2회 회원국들에 통보하면 된다.

바세나르 체제의 수출 통제 리스트는 두 가지다. 상용 군수품 리스트와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 리스트다. 탱크·장갑전차 차량·대포·전투기·공격용 헬리콥터·전함·미사일 등이 상용군수품 제한 범주이고, 신소재와 소재 가공, 전자·컴퓨터·통신장비·레이저·센서·항법장치·해양기술 추진장치 등 군수용과 민수용이 가능한 품목이 이중용도품목 및 기술 리스트 범주에 속한다. 바세나르 체제는 회원국 간에 이렇게 범주만 나누고, 세부 집행은 각 회원국의 국내법으로 자율 통제한다. 이와 관련한 국내법이 대외무역법이고, 산업자원부장관이 고시하는 전략물자 수출입 공고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바세나르 체제 회원국은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영국 등 33개국이다. 중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빈틈’이다. 그래서 중국을 통하면 북한에 금지 품목도 들어갈 수 있다. 10년 넘게 대북사업을 전문으로 한 인사는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도 허울뿐이다.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북에 들여보내면 한국 정부에 알릴 필요도 없고 제재할 방법도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의 EAR 규정 때문에 한국 정부가 반출을 금지한 컴퓨터도 중국을 통해 들어가고 있다. 또 다른 대북사업가는 “국내와 똑같은 최신 기종을 북한에서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중국에서 사온 것인데, 최신 기종을 사더라도 한국보다 가격이 싸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부터다. 한국도 세계적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어 지난해부터 리스트에 없는 모든 품목을 통제하는 캐치올(Catch All)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면서도 개성공단의 특수성을 인정받는 독자적인 행보도 내딛어야 한다. 지난 7월15일 발의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과 조만간 발의될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이 이런 소신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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