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386이여, 헤매지 말라”
  • 김은남 기자 (kesisapress.comkr)
  • 승인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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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386’ 김대호씨, 자유주의연대에 쓴소리…“수구 세력 옹호는 큰 잘못”
우파 혁명을 주창하고 나선 386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시사저널> 제786호 42~46쪽 ‘진화한 386인가, 변절한 386인가’ 기사 참조). 이 와중에 집권 386도 우파 386도 아니고 중간자적인 한 386이 입을 열었다.

굳이 따지자면 김대호씨(서울대 82학번, 한국노사관계발전연구소 책임 컨설턴트)는 ‘전향한 우파’라 할 수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운동권 출신 특채 방침에 따라 1995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그로부터 6년 뒤 청춘을 바친 회사가 매각되는 과정을 겪으며 개인과 기업 그리고 한 사회를 지배해 온 잘못된 사상과 이념에 대해 깊이 고민할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그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이 ‘386의 사상은 불량품’이라는 것이었다. 386이 ‘민주화와 자기 희생’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에 도취해 시대착오성이라는 자신의 업보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386 우파들의 새 집결체인 ‘자유주의 연대’의 문제 의식과도 일맥 상통한다. 자유주의를 21세기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예컨대 그는 의료·교육 부문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믿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자이다.

“현정권=좌파 포퓰리즘은 왜곡된 현실 인식”

그럼에도 그가 자유주의연대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386 우파가 한국 사회에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현실 인식과 방법론으로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일단 ‘현 집권 세력이 좌파 포퓰리즘으로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식의 왜곡된 현실 진단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386 우파의 최대 문제점은 자유주의와 더불어 시대 정신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축이 도덕성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일반 국민들은 반미 또는 좌파 성향 때문에 현정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기득권층이 보여준 도덕성에 대한 환멸, 그것이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라는 그는, 도덕성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386 우파가 이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386 우파가 4대 입법에 대해 대단히 부도덕한 방식으로 저항하는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사학 재단들은 ‘학교 폐쇄’ 엄포 및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으로 맞서고 있다.

그가 보기에 보수 우파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피해 의식이 너무 커서든지, 아니면 정치사상적 색맹(色盲)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정권을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사람 중에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그는 지적한다. 실사구시와는 거리가 먼 것이 한국 보수 우파의 특징이다.

따라서 386 우파가 진정 보수의 합리화를 꾀한다면 이들 구(舊) 우파에게 현실을 직시하게끔 충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좌파는 엄청나게 분화해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좌파가 아닌 중도보수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이 강령으로 고전적인 사회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또 다르다. 13~18%에 이르는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좌파적 강령에 대한 지지에서라기보다 지나치게 가혹한 현실에 대한 반작용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한국 사회에 자유주의가 튼튼하게 뿌리 내리려면 이같은 현실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자유주의라면 사회 곳곳에 산재한 불공정·불공평과 부도덕한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와 대기업 노조 등의 좌파 편향을 공격하는 것도 이같은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설득력을 갖는다.

주적을 설정하는 문제도 그렇다. 이미 사멸해 가고 있는 북한 정권 및 그 추종 세력과 전면전을 치르자는 <월간 조선>식 주장은 너무 소모적이 아니냐고 그는 반문했다. 그보다 현재 우리가 혼신을 다해 맞서야 할 상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네 마리 거대한 코끼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바로 이 지점에서 386 우파가 결정적인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누구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386 우파가 수구 우파가 뿜어내는 극단적인 ‘분노와 증오’의 정서에 편승하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수구 꼴통과 진보 꼴통 모두 시대의 기형아”

그가 생각하기에 이른바 ‘수구 꼴통’과 ‘진보 꼴통’은 모두 시대가 낳은 기형아이다. 386세대가 시대착오성이라는 자신들의 업보를 반성해야 하는 것처럼 산업화 세대 또한 ‘대한민국 건국과 한강의 기적’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천민성이라는 자신들의 업보를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386 우파에게 주어진 과제는, 양자가 반성적 성찰을 통해 서로를 관용하고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돕는 것이다. 그런데 386 우파가 이런 연결 사슬 구실을 하기는커녕 분노와 증오를 증폭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그는 비난했다.

나아가 그는 집권 여당의 386에게 과거를 공개 반성하라고 촉구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우리에게 현재 절실한 것은 반성적 성찰이지 ‘귀순 용사’식 정치 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11월23일 공식 출범하는 자유주의연대에 이런 쓴소리를 공개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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