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버는 중국도시 바닷가에 몰려 있네
  • 베이징·이기현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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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특혜’ 받아 주민 소득 ‘쑥쑥’…선전이 1위
중국 대륙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는 어디일까? 행정 수도 베이징(北京), 경제 중심지 상하이(上海) 모두 정답이 아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 전역 35개 도시를 상대로 올해 상반기 시민 1인당 평균 소득을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시민들의 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로 선전(深土川)이 꼽혔다. 그 뒤로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닝보(寧波) 베이징(北京) 항저우(杭州) 샤먼(厦門) 지난(濟南) 창사(長沙) 푸저우(福州)가 차례로 상위 10위를 기록했다.

선전 시민 한 사람이 벌어들인 올해 상반기 소득은 약 1만2천 위안. 한달 평균 2천 위안(약 30만원)꼴이다. 중국 1가구가 평균 3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1가구 소득이 6천 위안을 넘는 셈이다. 또한 2위를 차지한 광저우 시민들의 한달 평균 소득 1천3백 위안보다도 무려 7백 위안이나 높다(위 표 참조).

선전 시민들이 돈을 제일 잘 버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선전은 중국 남부 광둥성에 위치한 연해 지구. 홍콩과 인접하고 있어 관광객이 제일 많이 드나드는 관문이며,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큰 항구 도시이다. 선전은 일찍이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한 중국 개혁 개방의 창구로 떠올랐다. 1980년 설립된 선전 경제특구 지역은 무역과 금융에 첨단 하이테크까지 총망라한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지형적 이점과 중국 정부의 특혜 정책에 힘입은 선전이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경제 발전은 시민들에게 부를 가져다 주었고, 선전 시민은 10년 연속 중국 내 소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닝보와 같은 중소 도시들의 성장이다. 중소 도시의 시민 소득이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의 시민 소득과 비슷하다. 닝보의 경우 상반기 시민 소득이 7천1백72 위안. 3위인 상하이와 비교해도 차이가 3백 위안밖에 나지 않는다.

중소 도시 시민들의 지갑이 이렇게 두툼해진 것은 이 도시들이 중국 연해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연해 지역은 중국 정부의 특혜 정책이 시행된 곳이다. 덩샤오핑이 거대한 중국 대륙에 개혁 개방을 추진하면서 선택한 방법은 ‘먼저 부자가 되는 것을 허용한다. 평등한 분배는 그 이후이다’를 핵심으로 하는 선부론(先富論)이었다. 이 논리는 중국 연해 항구 도시를 우선 개발하는 것을 합리화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왕유쥐안(王有捐) 박사는 “연해 지역 대도시들의 경제 성장은 파급 효과가 컸다. 닝보와 같은 주변 중소 도시들은 연해 지역 대도시들의 영향을 받아 경제 발전 정도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라고 분석한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해 지역 대도시들은 전통적으로 중공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유 기업의 부채를 떠맡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중소 도시들은 국유 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영 기업과 개체호(직원 7명 미만 자영업자) 등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더 내실이 있다고 한다. 닝보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사영 기업과 개체호들이 차지하고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도시 주민들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도시간 빈부 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35위를 차지한 중국 서부 도시 시민들은 한달 평균 3백 위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 시민과 비교할 때 무려 7배 차이가 난다. 지역간 빈부 차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위 15위 도시들이 모두 동부에 집중되어 있어, 동서간 빈부 차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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