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거대 도시 넘친다
  • 박성준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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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께 인구 천만 명 넘는 곳 수두룩…빈민·식수 문제 심각해질 수도
세계인의 눈이 ‘아시아의 성장’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급격한 도시화 현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출판사 하퍼콜린스는 최근 <더 타임스 세계 지도> 2003년판(1967년 초판 발행, 현재 11판)을 발행하면서, 인구 천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가 1975년의 5개에서 2005년에 19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중 상당수는 아시아 지역에 분포해 있다.

우선 인구 많기로 소문난 인도 대륙이 눈에 띈다. 인도에서는 뭄바이·델리·콜카타(캘커다의 현재 이름)가 인구 천만 이상의 거대 도시로 변한다. 파키스탄의 카라치와 방글라데시의 다카 역시 인구 천만 명을 넘는 거대 도시 후보에 올랐다. 2005년이 되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필리핀의 마닐라도 거대 도시가 된다.

1975년 당시 인구 천만 이상 도시는 도쿄·뉴욕·상하이·멕시코시티·상파울루 5개였다. <더 타임스 세계 지도>는 아시아 지역의 이같은 도시화에 힘입어 2007년에는 전세계 도시 인구가 처음으로 농촌 인구를 앞지르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 위크>도 최근 아시아의 급속한 도시화 현상을 다룬 10·11월호 별책 부록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아시아권에서 인구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게 될 도시는 방글라데시의 다카이다. 현재의 천만 인구가 오는 2015년에는 2천2백80만으로 늘어난다. 인도의 뭄바이 역시 2015년에는 2천2백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서울 인구는 2015년에 가서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권의 급격한 도시화 원인은 무역 확대와 세계화 진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중국의 대도시가 무역이나 해외 직접 투자가 활발한 연안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거나, 인도의 뱅갈로아가 신흥 IT 도시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성장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눈길은 부정적이다. 한 예로 <뉴스 위크> 특별 부록은, 도시화가 진전될수록 빈민 문제나 식수 공급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지금도 인도 뱅갈로아 한 곳만 따져도 도시 빈민 10만 명이 우글거리고, 인도와 중국의 대도시를 합치면 약 2천만 명이 먹을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서양인이 아시아권의 인구 팽창이나 도시 팽창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 충돌>에서 예언한 상황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배어 있는 것이다. 당시 헌팅턴은 아시아권(중동 지역 포함)의 급격한 인구 팽창과 경제 성장이 장래 미국을 비롯한 서양 문명의 몰락을 촉진하는 간접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서양인들은 아시아권의 급격한 대도시화 현상에서 아시아 위협론의 근거를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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