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50돌 맞은 중국의 21세기 청사진
  • 베이징·成振鏞 통신원 ()
  • 승인 199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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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국 50돌 맞아 대대적 행사…‘개혁·개방 지속, 영토 통일 주력’ 천명
99년 9월30일 저녁 중국 정부 수립 50 돌을 경축하는 오색 찬란한 불꽃이 베이징 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건국 기념일인 10월1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 날 경축식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군사 퍼레이드는 84년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이 대규모로 거행한 건국 35주년 기념식 이후 처음으로 펼쳐진 것이다. 당시 군사 퍼레이드에는 미사일이 선보여서 세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당시의 만여 명보다 훨씬 많은 병력이 동원되는가 하면, 자체 제작한 탱크와 장갑차 4백여 대가 위용을 드러내고 최신 중국산 전폭기와 전투기 백여 대가 창공을 가르면서 막강한 국방력을 한껏 과시했다.

경축식에 앞서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각지에서는 건국 5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9월28일 저녁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내외 저명 예술가 2백여 명을 포함해 2천여 명이 출연한 대형 문화 예술 공연 ‘조국송(祖國頌)’이 펼쳐졌다. 또 전국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문예 활동·전시회·보고회가 열리고, 기념 화폐와 기념 우표도 발행되었다.

공휴일 늘리며 경제 성장 자신감 과시

이렇게 중국이 화려한 행사를 거국적으로 펼친 것은 나날이 신장하고 있는 국력을 전세계에 선전하면서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애국심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10월1일을 전후해 중국의 각 언론 매체는 지난 50년간 중국이 ‘하늘과 땅을 뒤집는(飜天覆地)’ 거대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는데, 그 성과 중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52년에는 국내 총생산액이 6백79억 위안에 불과했는데 98년에는 7조9천5백53억 위안에 이르러, 가격 변동 요인을 제외하고 해마다 평균 7.7% 성장률을 보였다. 당국은 이 수치가 같은 시기 전세계 연평균 성장률 3.3%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당국은 49년 이후 50년 만에 국경일 휴일 기간을 늘리는 조처를 발표했다. 건국기념일 휴일을 이틀에서 사흘로, 5·1 노동절은 하루에서 사흘로 연장하는 등 공휴일을 모두 이레에서 열흘로 늘린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높아진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문화 생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이번 조처의 배경을 밝힘으로써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중국은 지난 50년간 변화의 원동력을 마르크스레닌주의·마오쩌둥 사상·덩샤오핑 이론과,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을 영도한 3대에 걸친 공산당 지도자들의 역량에서 찾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창립된 것은 지난 21년. 마오쩌둥의 지도 아래 중국 공산당은 일본 제국주의와 국민당과 전쟁을 벌이고 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현 중국 당국은 마오쩌둥이 사회주의 기본 제도를 확립하고 중화 민족의 힘을 키우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중국 수립 이후 66년부터 10년 동안 지속된 문화대혁명과, 그 시기가 맞물려 있는 58년부터 78년까지 2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한 이후 그 뒤를 이은 2대 지도자 덩샤오핑은 개혁과 개방으로 정책 방향을 돌렸다. 이것이 중국이 말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건설이다. 1대 지도자 마오쩌둥이 공산 정권을 세운 성과를 남겼다면, 2대 지도자 덩샤오핑은 현대화와 경제 발전의 기치를 들어올린 것이다. 덩샤오핑은 “가난은 사회주의 때문이 아니다. 사회주의는 빈궁을 없애버리는 것이다”라는 말로 개혁과 개방에 박차를 가했다. 덩샤오핑은 92년 유명한 남방담화(南方談話)를 통해 다시 한번 시장 경제와 계획 경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근본적으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 경제가 곧바로 자본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에도 계획 경제가 있다. 계획 경제 역시 바로 사회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에도 시장 경제가 있다. 계획과 시장은 단지 경제의 수단일 뿐이다.”

3대 지도자 장쩌민 체제에 들어서면서 중국 당국이 입만 열면 하는 얘기가 있다. ‘장쩌민 주석을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의 주위에 모여 위대한 덩샤오핑 이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이 말처럼 장쩌민 주석은 계속해서 개혁·개방 가속화와 사회주의 시장 경제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요즘 실제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기저기 도로가 뚫리고 고층 건물이 올라가고 국민의 생활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1일 경축식장에서 장쩌민 주석은 다시 한 번 덩샤오핑 노선 견지, 개혁·개방 지속, 부강 대국 건설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 민족의 대동 단결을 역설했다. 덧붙여 중국의 통일 문제를 강조했다. 1, 2대와 비교해 현 장쩌민 체제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과제가 바로 중국의 영토 완정(領土完整)이다. 지난해 홍콩이 대륙에 반환된 데 이어 올해는 마카오가 중국의 영토로 들어온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대만인데, 대만 리덩후이 총통의 ‘양국론’ 발언 이후 요즘 대만 독립 문제가 중국 당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중국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는 생활 수준 향상이고, 하나는 대만 문제이다. 얼마 전 대만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국민당 정권의 위상이 약해졌고, 또 내년에는 총통 선거가 있어서 양안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만 문제는 홍콩·마카오 반환처럼 결코 간단하지 않다.

중국이 갈망하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통한 부강 대국 건설 역시 장애가 없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수출 성장세가 하락하고 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도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늘어나는 실업 문제도 걸림돌이다. 10월1일 경축 행사에 든 비용이, 경비를 줄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35주년 기념 행사의 2∼3배에 이른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국민들 사이에는 이번 경축 행사를 놓고 ‘실업자도 많은데 돈만 낭비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실업 문제·사회 안정 등 걸림돌 많아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는 사회 안정이 필수이다. 중국 당국 역시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국기념일을 전후해 베이징 시는 경찰 병력과 사회 질서 요원 66만명을 동원해 치안을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이와 함께 외지인의 베이징 진입을 통제했다. 또 중국 당국은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지난 7월부터 전국적으로 범죄 용의자를 10만명 넘게 체포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9월28일 중국 지도부에 공개 서한을 보내 ‘무원칙한 구금·고문·사형 집행을 중단하고 법 집행과 사법 제도를 개혁하는 획기적인 조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건국 이후 마오쩌둥 시절의 문화대혁명, 덩샤오핑 시절의 톈안먼 사태 같은 굵직한 사건을 수없이 겪었다.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1, 2대 지도자들의 시절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선 중국은 국제 사회와 교류가 빈번해졌다. 중국 국내 문제가 곧바로 국제적 사안으로 확대될 수 있어 갈수록 국제 사회의 여론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중국 당국이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국제적으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일이 좋은 예다.

또 최근에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사회적인 욕구가 커지는 것도 중국 당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은 마오쩌둥이 중국 민족을 일어서게 했고 덩샤오핑이 중국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쩌민 주석은 덩샤오핑 노선을 이어받아 지속적인 개혁·개방과 부강한 중국 건설을 강조한다. 이것이 중국이 그리는 21세기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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