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조기경보통제기 ‘E-3 센트리’의 놀라운 힘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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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비행기가!
한국군이 드디어 눈과 귀를 갖게 되었다. 국방부가 2011년까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4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감시·지휘·통제·통신 임무를 수행하는 하늘의 전쟁사령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군은 이 감시 체계가 없어 북한군 동태에 관한 감시와 정보 수집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발생해도 미군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한국군은 눈뜬 장님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2대가 우선 도입되는 2009년부터 한국군은 독자적으로 전쟁 징후를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 전략을 전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세계 최고 성능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미국 공군이 보유한 ‘E-3 센트리(Sentry)’이다. 민간 항공기인 보잉 707/320을 개량한 동체 위에 지름 9.1m, 두께 1.8m인 회전 레이더를 올려놓은 모양이다. 레이더 탐지 거리는 지표면에서부터 성층권에까지 미친다. 수평적으로는 375.5㎞ 이내에서 지면이나 수면 위로 낮게 나는 비행체부터 고공 비행하는 항공기까지 찾아내 추적할 수 있다. 특히 지면에 반사되어 레이더를 혼란시키는 잡 신호를 제거해 낮게 나는 항공기를 찾아내는 데 탁월하다.

E-3 센트리는 또 항법·통신·데이터 처리 업무를 수행하는 하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컴퓨터로 처리한 데이터는 그래픽과 도표 형식으로 비디오 계기판에 나타난다. 계기판 운영자는 이 계기판에 나타난 데이터를 통해 적군과 아군을 구별해 감시하는 동시에 무기 통제·전투 관리·통신 임무를 수행한다.
E-3 센트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과 동시에 정보를 얻는다. 수시로 적기나 적함뿐만 아니라 아군 항공기·함정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해 후방 전투지휘사령부나 함대사령부에 보내고, 유사시 대통령이나 국방부장관과 직접 교신해 해당 정보를 전송하기도 한다. 방해 전파를 뚫고 통신망을 유지할 수 있는 하위 시스템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지상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저지·초계·수송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 감시기가 지상군 사령관에게 보내는 정보는 작전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된다. 또 숨어 있는 전투기·요격기 등의 위치를 아군 전투기나 요격기 조종사에게 알리거나 공격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지상에 있는 레이더망은 적군에게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연료를 재충전하지 않고 8시간 이상 하늘에 떠 있을 수 있어 파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유사시에는 공중 급유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장기 업무에 지친 승무원을 위해 기체 안에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은 현재 E-3 센트리 33대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전투사령부가 미국 앨라바마 주 틴커 기지에 E-3 센트리 28대를 상주시키고 있다. 나머지는 태평양공군사령부 산하 961항공통제부대(일본 가네다 공군기지 주둔)와 962항공통제부대(알래스카 엘멘도르프 주둔)가 운영하고 있다. 나토 소속 서유럽 국가들도 17대(영국 7대, 프랑스 4대 등)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대, 일본은 4대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이 감시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예산 2조원을 책정했다. 대당 가격이 2억7천만 달러(1998년 기준)이다. 모두 4대를 도입하는 프로젝트이므로 기체와 장비만 사는 데 약 1조3천억원이 든다. 이밖에 전자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전세계에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생산하는 곳은 5개 업체. 이번 사업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업체는 미국 보잉, 프랑스 탈레스, 이스라엘 AIA/ELTA 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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