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1~7월 한반도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199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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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내다본 97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김정일, 4월 권력 승계
올상반기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는 4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북한 김정일의 권력 승계와 이를 전후한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 열강의 본격적인 대북 주도권 경쟁에 의해 정점에 도달할 것이다. 김정일의 권력 승계에 앞서 미국은 3월1일자로 평양연락사무소를 개설할 것이며, 일본 역시 북·일 연락사무소 개설 협상을 본격화하게 된다. 또한 북한·중국 관계는, 김정일이 권력 승계 이후인 6월께 중국을 방문해 강택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 북·중 정상회담에 맞춰 중국은 북한과의 합영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조처를 발표함으로써 정치 군사 관계뿐 아니라 북한 경제 재건에도 중국이 깊이 개입할 것임을 내외에 선포하게 될 것이다.

북한, 미국과 관계 개선 위해 권력 승계 앞당겨

<시사저널>은 지난해(제328호, 96년 2월8일자 참조)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 및 주변 열강의 고위급 정보에 정통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하여, 올해 상반기 한반도 주요 정세 일정을 추적해 왔다. 김정일의 권력 승계 일정 및 이와 연동된 주변 열강의 긴박한 북한 진출 움직임은 이 과정에서 포착된 것이다.

김정일이 4월에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사실은 3년상을 탈상하는 7월께로 예상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 예측을 뒤엎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김정일의 매제이자 북한 권력 2인자로 통칭되는 장성택이 지난해 12월 초 중국측에, 김정일이 97년 6월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통보한 데서 포착되었다. 당시 장성택의 통보는 우회적으로 일본 언론에 전해져 ‘7월 방중설’로 보도되었으나, 발언의 실질적 내용은 ‘6월 방중’이었다. 6월에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결국 그 이전에 승계가 이루어지리라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전문가들이 추적한 결과, 북한 핵심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초에 97년 4월 승계를 비밀리에 결정하고 내부 준비 작업에 돌입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북한 권력 핵심부가 이처럼 김정일의 권력 승계를 앞당긴 이유는, 올해 북한 대내외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쌀 부족을 해결하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타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권력 승계를 앞당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그동안 미국 연락사무소 평양 개설과 김정일의 권력 승계 시기를 둘러싸고 그 선후에 대한 논쟁을 거듭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북한의 이형철 미주국장과 미국의 윈스턴 로드 국무차관보의 북경 비밀 협상 및 이형철의 방미 협상 과정에서, ‘주인 없는 국가와는 공식 관계 형성이 어렵다’는 미국 입장과, 승계 시기와 사무소 개설 시기를 동시 진행하자는 북한측 입장이 절충되어 3월 연락사무소 개설과 4월 권력 승계 일정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김정일이 승계하기 전인 3월1일 사무소를 개설하고 그와 동시에 북한에 대대적인 쌀 지원 등 선물을 안겨주는 것이 권력 승계 후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1월 말 개최될 미·북한 준고위급 회담의 핵심 의제는 바로 사무소 개설에 따른 미국의 선물 공여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북한측은 사무소 개설을 승계 후인 5월로 미루어 달라고 요구해 내부 쟁점 사항으로 남아 있음을 암시했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중국과의 영향력 경쟁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핵협상 대가로 북한에 중유 공급을 자원하고 나섰던 점이나, 최근 카길사의 대북 곡물 50만t 수출을 이례적으로 승인한 점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 바와 같이, 현재 미국은 동일 품목 동일 방식으로 북한에 대해 중국과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중국 역시 올해는 북한에 대한 그동안의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북한 개입 정책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중국이 지난해 8월 북대하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비밀 수뇌회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한다는 내부 방침을 결정한 사실이 국내 극소수 전문가들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결정 사항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곡물과 원유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으로, 이에 따라 대북 곡물 지원량을 지난해 10만t 수준에서 올해부터는 50만t으로 확대한다고 결정했다. 또한 중국은 최근 몇년간 열리지 않았던 북한과의 각종 공식 회담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여기에는 군사 및 경제 관련 회담들이 포함될 것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대북 관계가 정치적 이유로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북한이 현재 상태로 붕괴되는 것도 원치 않으며 △미국의 영향력이 무제한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또한 이에 덧붙여 세기 말이 가까워지면서 중국 내부 정세가 등소평 사망, 과두 체제 논란, 인플레에 대한 우려, 사회 기강 해이, 당의 존립 위기 등으로 인해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 탈출구로서 ‘북한 카드’를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다.

북한 역시 대미 관계의 완급을 조정하기 위한 카드로서 중국을 활용하려 한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는 사무소 평양 진입을 허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김정일의 6월 방중으로 중국의 위상을 강화시키려는 이면에는, 미국이 △카길사의 50만t 곡물 수출 △3자설명회에도 불구하고 미·북한 협상의 틀을 통해 현안을 타결할 것이며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려는 계산이 담겨 있다.

북한 진입을 둘러싼 열강간 경쟁의 제3 요소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일본의 국익이 배제된 채 미·중 경쟁이 진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일본 기업 또한 막대한 수교 배상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의 미·북한 교섭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이 가면 일본도 간다’는 입장을 철저하게 고수해 왔다. 잠수함 사건의 여진이 가시기 전인 지난해 12월 일본이 북한과 세 차례 비밀 협상을 감행한 배경도 바로 이것이다.

일본도 쌀 지원으로 대북 밀착 강화

지난해 12월의 교섭에서 북한과 일본은 대단히 중요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수교 이전이라도 일본의 대북 지원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최근 일본측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대북 쌀 지원 재개 움직임이나, 1월 중 예상되는 일본 수교교섭단 방북 및 그 뒤 이어질 북한 대표단 방일은 바로 이 12월 합의의 결과이다. 일본의 대북 쌀 지원 재개는 1월 말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이 한국측에 그 당위성을 설득하는 형태로 표면화할 것이며, 빠르면 2월 중에 30만t 정도의 1차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현재 약 3백만t 정도 재고미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약 2백만t은 언제든지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일본에 대해 백만t 정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 감소를 들어 올해 북한이 최악의 식량난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했으나, 금년 상반기 중 △미국 카길사의 50만t, 일본의 백만t, 미국 정부 및 기타 국제기관의 50만t만 합쳐도 2백만t 확보가 가능하다. 여기에 중국 쌀 50만t을 옥수수로 환산한 백만~1백50만t을 더하면 그런대로 금년은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권력 핵심부는 이처럼 쌀 문제만 해결되어도 김정일 시대는 성공적으로 출범한다고 평가할 것이다.

금년 상반기 중 미국·중국·일본의 대북 주도권 경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누가 먼저 유리한 거점을 확보할 것인가, 북한 권력 핵심부에서 자국에 대한 지지 세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처럼 미국·중국·일본의 북한 진입이 ‘다채널 다거점 시대’로 돌입하는 데 반해 한국의 대북 관계는 ‘무채널 무거점’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은 중·장기적으로 민족 차원의 불행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4자 회담을 성사시킨 후 궁극적으로는 이를 미국·중국을 배제한 남북대화 체제(즉 4-2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 △한반도 에너지기구 활용 △대북 경협을 통한 채널 확보 등을 북한과 접촉하는 방법으로 검토할 것이나, 세 가지 방안 모두 실효성이 의심스러워 앞으로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히려 올해 남북대화는 김정일의 4월 승계 후 주변국 관계가 정비되면 북한측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5월께 한국에 대북 쌀 지원을 전제로 한 남북 비밀 대화를 촉구하고 △이것이 성사될 경우 7,8월께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회담을 요구해올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는 실질 대화보다는 △차기 정권을 겨냥한 주도권 확보 △미·일 등의 북한 지원을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적 고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5월께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

물론 북한 처지에서도 올해 정세는 변동 가능성을 갖고 있다. 관건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약속을 그대로 지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음은 북한 및 주변 열강이 현재까지 결정한 올해 상반기 일정이다.

1월-북한 내부는 지난해 12월 초 확정된 권력 승계 일정을 밟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부 통제의 일환으로 압록강·두만강 연변 및 주요 기관 시설에 대한 군 투입, 사회안전부 등 주요 기관 요원에 대한 배급 확대, 당과 정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 재편 움직임이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세관 관리 시스템의 변화 등 제도 개혁 움직임, 나진·선봉 투자 유치를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 등이 준비된다. 미·북한 준고위급 회담 및 연락사무소 협상을 위해 1월20일께 미국 요원이 북한을 방문한다. 지난해 12월 합의를 토대로 일본 수교회담 대표단 방북, 곧이어 북한 대표단 방일이 이루어진다. 경수로 의정서 체결 이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참여국 간에는 자금 출자에 대한 협상이 본격화한다.

2월-1월 말부터 시작된 4자 회담 설명회와 거의 동시에 미·북한 준고위급 회담이 진행된다. 의제는 미국 연락사무소와 연동된 미국의 대북 쌀 지원 문제. 경수로 문제를 명분으로 한 미국팀 방북이 2월에 있을 것이다. 이는 사실상 준고위급 회담 준비를 위한 것이다. 4자 회담 설명회와 관련해 한국은 한 차례 설명회 이후 곧바로 4자 회담 예비 회담으로 들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설명회를 1,2차로 나누어 최대한 시간을 끌려 할 것이다. 1월 말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대북 1차 쌀 지원이 2월 말~3월에 이루어질 것이다. 2월 중에 중국측의 상당한 고위급 사절단이 북한을 방문해 식량 및 연료 지원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3월-3월의 가장 큰 사건은 미국 연락사무소를 평양에 개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무소와 승계 시기를 둘러싼 내부 논쟁으로 인해 5월1일로 늦춰질 수도 있다. 미국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한국은 구석에 몰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해 미국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무소 개설이 필수라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다. 4월 권력 승계를 위한 당대회 준비 사실이 공개될 것이며, 이와 관련한 대규모 선전 활동이 시작된다. 3월에도 일본 쌀 지원은 계속되고, 중국 역시 대규모 쌀 지원에 나설 것이다. 제2차 4자 회담 설명회가 예정되어 있으나 한국이 반발할 가능성 때문에 유동적이다.

4월-4월은 권력 승계의 달이다. 일단 주석 직은 유보하고 당 총비서만 승계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확정되어 있다. 주석직 승계는 상중에 한꺼번에 다 하는 것이 보기 안좋다는 이유로 미루어졌다. 쌀 문제 해결이 여의치 않아 미루어질 가능성은 20% 정도이다. 승계가 공식 결정되면 미국·일본·중국은 승계 축하 사절단을 파견할 것이다. 또 미국은 승계에 대한 선물로 경제 제재 해제를 발표할 공산이 큰데, 그 핵심 내용은 대북 곡물 수출 금지 조처 해제가 될 것이다. 4월에는 일본 정부 대표단과 별개로 일본 기업 대표단이 방북한다.

5월-북측의 요구에 의한 남북 비밀 협상 가능성이 있다. 또 5월 중 주로 나진·선봉 지역에 대한 한국 기업 방북이 가능해질 것이다. 3월1일 미국 연락사무소 개설이 안될 경우 5월 1일 개설된다. 일본 역시 5월부터 일본 연락사무소 문제를 협의하기 시작한다. 북·일 연락사무소 문제와 연동해 일본의 2차 쌀 지원이 예상된다.

6월-김일성 탈상 준비위가 본격 출범하고 탈상 조문객 접수가 발표된다. 탈상을 전후로 해서 일본 연락사무소 일정이 확정된다. 김정일 방중 및 북·중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이다.

7월-김일성 3년상 탈상. 탈상 기간에 미국에서는 탈상 조문객으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그동안 진행되어 온 당 및 정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개편 발표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북한은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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