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란 칼럼]2011년, 제2차 걸프전이 일어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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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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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전쟁 개념 바꿀 ‘군사 전략 혁명’ 어디까지 왔나
21세기 전쟁 개념 바꿀 ‘군사 전략 혁명’ 어디까지 왔나

한번 상상해 보라. 서기 2011년. 고 사담 후세인의 후계자가 페르시아 만의 석유 자원에 대한 야망을 다시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 목표는 쿠웨이트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가장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어느날 미국 위성이 이라크 무장 병력이 이동하는 것을 감지했다. 위성 센서가 탱크의 움직임과 이라크군 내부의 무선 교신이 증가하는 것을 포착했다. 첩보 위성은 곧 미국 템파와 플로리다에 있는 중앙지휘통제소에 보고해 경계 태세를 갖추게 했다.

고도 3만m 상공에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마하 5의 속도로 날아가는 오로라 스텔스 정찰기가 이라크 상공을 정찰하기 위해 급파되었다. 사우디의 레이더와 사진 촬영 항공기가 이라크 국경을 감시하고, 사람이 타지 않은 무선 조종 정찰기가 이라크 상공에 침투했다. 레이더와 수중 음파 탐지기, 그리고 수년 전 이라크에 은밀히 설치된 화학 탐지기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해안 근처를 순항하던 잠수함은 이라크 전함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몇 시간 안에 이 모든 정보들이 중앙지휘통제소로 보내졌다. 슈퍼 컴퓨터가 이 정보를 거대한 화면에 배열했다. 10만㎢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이라크 군인·탱크·항공기·함정·지휘부·통신 센터·레이더 기지·병력 집결지·탄약창·보급창이 화면에 점으로 표시되었다. 슈퍼 컴퓨터는 이러한 정보를 종합 분석해 이라크의 각 목표물에 대한 공격 순서를 할당하고, 항공기·장거리 미사일·잠수함·미사일로 무장한 지중해와 인도양의 미군 병력에게 이 목표를 전했다.
우선 오하이호급 잠수함이 이 명령을 받았다. 이 잠수함의 핵미사일은 러시아와의 협정에 따라 지금은 없어졌다. 대신 이 잠수함에는 폭발력이 엄청난 토마호크 미사일 백 기가 장착되어 있다. 미국 본토에서는 미사일을 탑재한, 보잉 747보다 큰 폭격기가 대기하고, B2 스텔스 전폭기가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지대지 미사일로 무장한 군인들이 다란으로 날아가는 C 17 수송기에 탑승했다. 다란에서 그들은 사막의 미사일 발사 지점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외교적인 경고가 무산되자 미국 대통령은 신속한 공격을 명령했다. 미사일을 장착한 폭격기와 전폭기 들이 출격했다. 몇 시간 뒤에 이라크로부터 3천2백㎞ 떨어진 항공모함에서 해군기가 출격했다. 항공기들은 모두 목표물로부터 8백㎞ 떨어진 지점까지 날아가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항모로 돌아왔다. 잠수함도 미사일을 발사한 뒤 깊이 잠수해 숨어버렸다. 그리고 나서 예정된 시간이 왔다. 6백 개의 미사일이 이라크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 폭발력은 10만㎢ 안의 모든 목표물이 동시에 파괴되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었다.

미군 사상자는 전혀 없었다. 아무도 이라크군 근처 1백60㎞ 안에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격은 너무나 정확했다. 이라크 민간인은 전혀 다치지 않았고 군인들만 당했다. 91년에 6개월이 걸렸던 걸프전이 2011년에는 48시간 안에 끝나 버렸다.
미국, RMA 채택 놓고 찬반 논쟁 치열

이것은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다. ‘군사 전략 혁명’또는 RMA(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라고 불리는 개념 때문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RMA는 나폴레옹의 대규모 군대, 미국 남북전쟁의 소총과 전보, 1차 세계대전의 기관총·탱크·비행기, 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을 폭격했던 독일 로켓과 45년에 투하된 원자 폭탄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 개념을 바꾸어 버린다.

RMA가 미국의 국제 외교와 군사 전략에 미치는 함축적인 의미는 엄청나다. RMA가 진행되면 해군과 장거리 무기에 의존하는 비율이 커지면서 미군, 특히 지상군을 최전선에 배치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일본·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또 미국이 RMA를 채택한 뒤에도 한반도가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다면 비무장지대 근처와 북한 내륙에 있는 모든 북한 병력은 명령만 떨어지면 몇 시간 안에 괴멸될 것이다.
미국이 RMA에 투자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RMA의 개념 자체가 아직 모호한 상태다. 국방부와 전문가 집단, 방위산업 경영자, 군사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와 언론인 들은 RMA와 관련한 논쟁을 펴고 있다.

옹호론자들은 RMA가 피와 돈을 훨씬 덜 들이고도 미군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 개념을 도입하면 군비를 지원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RMA가 전통적인 군사력 개념인 대규모 병력과 강력한 화기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이들은 또 전쟁 억지력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RMA가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론자들은 미군이 더 강해질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왜냐하면 RMA를 채택하면 상대방도 대책을 강구할 것이고, 군비 경쟁의 결과 결국 무력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RMA 때문에 미국이 군사력에 너무 의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또 RMA가 아시아와 유럽의 미군을 감축시킬지도 모르는데, 그것이 만약 미국의 안전 보장 임무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면 동맹국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최근에 반대자들은 RMA에 따라 군사력을 감축하면 테러리스트·마약 거래자·조직 범죄·게릴라 등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존재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좋든 나쁘든 간에 기술 진보 때문에 미국은 RMA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오늘날 RMA 기술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구성된다. 첫째, 위성·항공기와 해상과 육상의 감지 장치가 포착한 각종 정보를 분류·정리한다. 둘째, 이같은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컴퓨터로 옮겨 일목요연하게 지도로 표현한다. 셋째, 적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서 화력을 내리꽂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탱크 속에서 지휘 탱크를 골라내 정확하게 가격할 수 있다. 날아가는 어뢰인 크루즈 미사일은 1천1백㎞ 떨어진 곳에서 건물을 정확히 타격한다. 이런 무기들 때문에 베트남전에서 폭탄을 목표 상공까지 싣고 가 융단 폭격을 퍼부은 B 52 폭격기 같은 무기들은 쓸모없게 될 것이다.

군부에서 RMA 옹호론을 주도하는 윌리엄 오웬 제독은 95년에 사정 거리가 멀고 정밀도가 높은 무기와 정보를 잘 운용하면 조종사를 희생시키거나 전쟁 포로로 만들지 않고도 적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군의 로널드 포겔만 장군은 96년 말 “걸프전에서 공군기들은 전쟁 발발 24시간 만에 목표물 1백50개를 타격했다. 21세기 초반이 되면 최초 1시간 안에 목표물 1천5백개를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걸프전 경험은 미국이 RMA로 가는 데 시금석이었다. 국립 국방 대학 마틴 리비키 연구원은 “미국은 적을 볼 수 있었으나 이라크는 보지 못했다. 미국은 노출되지 않고 불시에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이라크의 무기는 몇 ㎞ 밖에 적이 접근했을 때에야 비로소 효력을 발휘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 등 관료 조직 저항 극복해야

RMA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월등히 앞서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도 그 경쟁에 뛰어들었다. 15년 전에 처음 RMA의 가능성을 보았던 러시아는 정치·경제 혼란 때문에 많은 것을 이룩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나중에라도 경쟁에 뛰어들 기술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독일·영국은 부분적으로 RMA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군이 RMA에 민감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군도 정확한 미사일과 강력한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RMA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 지장을 받고 있다. 일본은 기술과 자금을 갖고 있지만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일본경제연구소의 아서 알렉산더는 “일본은 전후 정치·경제 질서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 자위대를 끊임없이 제한하고 감시하고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북한·이라크·리비아도 핵무기·미사일과 대량 살상 무기를 획득하려고 노력해 왔다. 또 이 국가들은 국제 시장에서 이 무기를 통제하는 컴퓨터도 살 수 있다.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월에 ‘점점 더 사정 거리가 길고 정교한 다목적 제품들이 국제 무기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RMA 옹호론자들이 극복해야 할 첫번째 장애물은 무사안일주의이다. 미국내 각급 조직의 지도자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어떠한 군사적 위협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전문가는 “미국은 무사안일과 판단 착오 때문에 21세기 초반에 커다란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두번째 장애는 국방부 등 관료 조직의 저항이다. 오웬 제독은 군사 조직이 일반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어디에 먼저 투자해야 하는가 하는 우선권 문제이다. RMA 지지자들은 당장 눈에 띄는 큰 위험이 없더라도 미래를 위해 RMA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자들은 현재의 우발적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군대의 장비를 갖추고 단련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고 반박한다.

미군내 육군·해군·해병대·공군 등 각군 조직도 서로 어떤 임무를 맡는가 하는 문제로 RMA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미 50년 전에 각군을 통합하고 말다툼을 끝낸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반 세기가 지났는데도 군별 경쟁 관계는 전보다 더 심해졌다.

미군 통합참모본부는 무기를 손에 넣고 부대를 조직하고 21세기 전략을 다시 짜기 위한 청사진으로서 ‘조인트 비전 2010’이라고 이름 붙인 기준선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각군은 아직 RMA에 대한 결정적인 제도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 육군 국방 대학 선임 장교 코로넬 리처드 위드스푼씨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군 조직·장비·훈련·전쟁 방법을 개혁하는 길은 정치·사회·기술이 인도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노력이라는 충고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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