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문화 / 중국
  • 베이징·이기현 통신원 ()
  • 승인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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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 ‘요리 천하’ 제패
중국의 마오쩌둥은 자신의 고향 후난성(湖南省)의 빨간 고추가 듬뿍 든 생선 요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 요리를 먹으면서 그가 자주 한 말은 ‘매운 것을 못 먹는 자는 혁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맛이 어찌나 매운지 다른 지역 출신 동료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후난에 마오쩌둥이 있다면 쓰촨성(四川省)에는 덩샤오핑이 있다. 중국에서 맵기로 유명한 요리의 또 다른 본고장이 쓰촨이며, 그곳 출신인 덩샤오핑 역시 매운 음식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도 중국의 건국을 일군 혁명가들 중에 쓰촨성과 후난성 출신이 많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양상쿤(楊尙昆) 주더(朱德) 펑더화이(彭德懷) 류샤오치(劉少寄) 후야오방(胡耀邦)도 이 두 지방 출신인 것을 보면 매운 음식을 좋아해야 혁명을 한다는 마오쩌둥의 말이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쓰촨 요리로 유명한 것은 마포더우푸(麻婆豆腐)와 후어궈(火鍋)이다. 마포더우푸는 한국의 중화요리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두부 요리 중의 하나이고, 후어궈는 일종의 샤브샤브로, 얇게 저민 고기를 마라(麻辣)향이 나는 육수에 담가서 먹는 음식이다.

후난의 대표 음식은 둥안즈지(東安子鷄)라는 닭 요리이다. 닭고기를 파·마늘·고추 등 매운 양념과 함께 냄비에 볶아내는데, 그 맛이 천하일미라 한다. 후난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 중에는 처우더우푸(臭豆腐)가 있다. 좌판이나 허름한 음식점에서 파는 두부 요리인데, 냄새가 독특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은 비위가 상할지 모른다. 하지만 마오쩌둥이 즐겨 먹었다 하니 한번쯤 맛 볼 만하다.

두 지방 요리가 매운 맛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지만 나름의 차이가 있다. 후난 요리가 입에 넣으면 혀끝에서 톡 쏘는 듯한 매운 맛이라면 사천 요리는 향신료 때문에 혀가 얼얼하게 맵다. 먹을 때는 너무 매워서 한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혀를 식히고, 다른 손으로 눈물 닦느라 고생을 하지만 그 묘한 맛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매운 맛의 매력 때문일까. 수도 베이징에 요즘 이 매운 요리 열풍이 불고 있다. 베이징의 음식점 열 곳 가운데 세 곳이 쓰촨 음식점이고 그 다음이 후난 음식점들이다. 부담 없는 가격대에 다양한 요리를 제공해 중국 요리 프랜차이즈화의 성공작이라고 불리는 구어린(郭林) 음식점도 쓰촨 요리를 주로 한다.

후난 요리 역시 성(省) 정부가 음식 홍보에 적극 나설 정도로 음식점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난 요리의 대표 광고 모델은 역시 마오쩌둥. 마오쟈차이(毛家菜)라는 이름을 쓰면서 마치 마오쩌둥 집안의 전통 음식인 양 선전하는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후난 요리와 쓰촨 요리가 각축하는 사이를 비집고 한국 불고기와 김치가 베이징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중국 전통의 매운맛이 이미 중국 전역을 휩쓸었듯이 한국의 매운 맛 또한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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