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수소폭탄 그린란드 바다 밑에 잠겨 있다
  • 프랑크푸르트·허 광 편집위원 ()
  • 승인 2000.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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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언론 "그린란드 해안에 미군 폭탄 잠겼다" 폭로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개 프랑스나 스페인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덴마크이다. 유럽 지도에서 얼른 찾기 힘든 이 조그만 나라가 정답인 이유는 대서양 한가운데에 있는 그린란드가 이 나라 영토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열 배가 넘는 그린란드에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덴마크의 일간 신문은 그린란드 북서 해안 어딘가에 30년 넘게 미군의 수소폭탄이 잠겨 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인즉 1968년 이 부근에서 미국의 전략 폭격기 B 52가 추락했는데, 그때 폭격기에 실려 있던 수소폭탄 중 하나가 아직껏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덴마크 신문은, 폭격기 추락 사고 당시 미군기지에서 일하고 있었고 또 추락한 기체를 찾는 작업에도 참가했던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이 사실을 전했다. 이들은 최근 입수한 미군 문서에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8월15일 “폭탄은 모두 불길에 파괴되었고 따라서 남아 있는 폭탄은 없다”라고 말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야 공개된 미군 문서에 따르면,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1968년 1월21일 승무원 8명을 태운 B 52가 소련 북쪽 해안선을 따라 일상적인 비행 훈련을 했다. B 52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그린란드 툴레의 미국 공군기지를 수km 앞두고 불길에 싸였다. 얼음을 뚫고 바다로 추락한 B 52에서 살아 남은 조종사는 단 한 사람. 문제는 B 52에 실려 있던, 무려 10억 t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 수소폭탄 네 발이었다. 미군은 병력 5천명을 동원하여 수색 작업을 벌인 끝에 폭탄 3개를 찾았다. 그러나 고유 번호 78252가 붙은 네 번째 폭탄은 오리무중. 미군은 그후 덴마크 정부도 모르게 잠수함까지 동원해 수색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B 52 추락 사고 이후 또 하나 남은 문제는 환경 오염이다. 사고가 일어난 현장 주변은 방사능에 크게 오염되었다. 미군이 특수 컨테이너에 실어 처리한 눈뭉치만 약 5천7백만ℓ에 이른다. 당시 수색 작업에 동원되었던 일꾼 중 지금까지 약 3백50명이 사망했다. 정체 모를 괴질에 시달리고 있는 생존자들은 이것이 방사능 오염 탓이라고 믿고 있다. 몇해 전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벼르던 그들은 덴마크 언론이 이 문제를 보도하자 한결 자신에 차 있다.

미군 문서에 기록된 핵무기 사고는 모두 32건으로 그나마 1950∼1980년의 기록이다. 30년이 넘어서야 진상이 드러난, 수소폭탄을 안고 살아야 하는 그린란드의 비극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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