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10월 말 갈 수 있다
  • 崔寧宰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8.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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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현대, 성사 의지 확고… 북한 ‘생떼’ 쓰면 물거품될 수도
민족의 숨결과 정신이 서려 있는 금강산. 그 붉게 타는 풍악산(금강산의 가을 이름) 단풍을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변수가 없으면 10월 마지막 주(10월26일 전후)쯤 그 일이 가능할 것 같다. 이는 사업을 진행하는 현대측과 통일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논란을 빚었던 금강산 입장료는 1인당 3백 달러로 합의되었다. 통일부·해양부·문화관광부 등 관련 부처끼리 문제가 되었던 선박 면허는 내항 면허로 하되, 관세는 외항 기준으로 면제하는 선에서 절충이 끝났다.

정주영 명예회장, 2차 방북 가능성 높아

또 현대는 10월 둘째 주까지 지루하게 북한측과 협상을 벌여 그동안 이견을 보여온 몇 가지 사안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에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일정은 이렇게 진행될 것 같다. 우선 10월 셋째주(12일 전후)에 장전항에 유람선 접안 시설과 관광 편의 시설을 만들기 위한 인력 3백명과 장비·자재가 속초항에서 배편으로 북한으로 들어간다. 이 인력들은 밤새워 공사를 진행해 열흘 안에 마무리한다. 현대측은 접안 시설팀이 방북하자마자 유람선 출항 일자를 결정하고 관광객을 모집할 계획이다. 현대 계열사인 금강개발 여행사업부는 전국 64개 여행사 대리점을 통해 관광객 모집 준비를 끝냈다. 또 현대그룹은 두 차례에 걸친 관광객 모집 광고 시안도 확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10월 중 정주영 명예회장이 2차로 소떼를 몰고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 정명예회장 방북이 중요한 것은 그가 이번에 김정일 총비서를 만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난 1차 소떼 방북 때 그는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으로부터 ‘다음번에 올 때는 김정일 총비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약속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상 시나리오일 뿐이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을 대북 강경책보다 더 위험한 흡수 통일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북한측이 생떼를 쓰면 그간의 노력 자체가 일시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대는 이미 추석 전인 9월 말에 첫 배를 띄우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북한측은 장전항 접안 시설 건설 비용과 1인당 금강산 입장료와 관련해 몇 가지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9월19일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방북한 정몽헌 회장 등 대북 실무단 43명은 입북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을 빠져나왔다. 결국 9월25일로 예정되었던 첫 출항은 무산되고 말았다.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걸림돌은 있다. 최근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이래도 금강산에 가시겠습니까’라는 백서를 만들어 금강산 관광을 중지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내세웠다. 그는 금강산 관광 사업 자체가 심각한 외화 낭비이며, 북한이 벌어들인 외화를 군사비로 돌려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관광객 신변 보장과 재난 구조이다.

신변 안전·재난 구조 보장 가능할지 의문

특히 이 문제는 정부와 현대측도 전혀 경험이 없다. 서류에는 어느 정도 언급이 되어 있다. 북한과 현대가 합의한 계약서와 부속 계약서에는 ‘신변 안전과 편의 및 무사 귀환을 보장한다’는 구절과 ‘북측 사회적 관습을 이유로 억류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또 북한은 백학림 사회안전상 명의로 포괄적 신변 안전 보장 각서까지 보내 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문서이지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재난 구조 문제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와 북한측은 관광선 항해 중에 화재·좌초 같은 비상 사태와 위급한 환자가 생겼을 때 공동으로 구조 활동을 펴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 영해에서 이같은 사고가 생겼을 때를 상정해 보자. 수십 년 묵은 군사 대치 상황에서 한국 해경이나 구조 선박이 북한 영해로 들어가는 것을 북한이 허용할까?
이런저런 걸림돌이 많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외화가 절실한 북한측은 이번 사업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측의 의지가 강하고 준비도 상당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현대는 말할 것도 없다. 통일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강인덕 통일부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지금 정부 차원의 교류를 서두를 의사는 없지만, 민간 기업의 교류 협력은 적극 보장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남북 간에는 이산 가족 상봉이나 당국자 회담 등 모든 채널이 굳게 닫혀 있다.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이야말로 이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지적한다. 그런 만큼 10월 말에 금강산으로 가는 첫 배가 뜰 수 있을지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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