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부'되어 백악관 탈환 야망
  • 워싱턴·변창섭 편집위원 ()
  • 승인 2001.01.1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린턴, 퇴임후 '당 최대 보스' 될 듯2004년 민주당 정권 탄생 '막후 주역' 노려

오는 1월20일 퇴임을앞둔 빌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요즘 싱글벙글이다. 여기저기서오라는 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는클린턴이 마음만 먹으면 누대에 걸쳐 먹고 살 만한 '돈방석' 자리도 있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수한 명문 대학 총장 자리도 있다. 과연 퇴임을 코앞에 둔 클린턴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클린턴은 가장 최근에 한,지난 12월24일 <뉴욕 타임스>와 가진 특별 회견에서 퇴임후 구상을 밝혔다. 그는 두 가지 생각을 피력했는데, 우선 뉴욕 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부인 힐러리를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 그가 밝힌 포부는, 미국민은 물론 세계를 위해 퇴임 대통령에게걸맞는 역할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회견에서 '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온 세계에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밝히고, 지미 카터전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1977∼1981년 재임한 카터 씨는재임 때 이란내미국인 인질 사건등 이런저런 악재가 발생해재선에 실패한불운한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퇴임후국제 난민돕기 운동과 국제 평화 중재자로 활약하면서 재임 때보다 더많은 인기를 얻었다.그는 1994년 한반도 핵 위기 때 평양을 전격 방문해 남북한 중재자로 나서 한국인에게도 친숙하다.


인기 최고…떼돈 벌기는 식은 죽 먹기

클린턴은 이런카터에게서 일종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를 끄는 것은, 클린턴이 내전으로 얼룩진북아일랜드 평화회담 특사로 활동할지 모른다는 12월24일자 <선데이 익스프레스> 보도다. 아일랜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조지 W. 부시 당선자가 지난 12월19일백악관에서 클린턴을 만났을 때 특사 직을 제의했다는 것이다.클린턴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클린턴 측근들에 따르면, 퇴임후 클린턴의 포부는 <뉴욕 타임스>에 직접 밝힌 내용말고 또 있다. 여기에는 건당 수만 달러를 호가할초청 연설,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나아가 평화중재역 같은 민간 외교 활동도 있다. 또 당장은힘들더라도 언젠가 시간이 나면회고록도 쓸 계획이다. 특히 고향인 아칸소 주에 세워질 '클린턴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 남다른 정열을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약 8천만 건의자료가 비치될 것으로알려진 클린턴기념관 건립을 위해 전직 대통령 기념관 10곳 가운데 7곳이나 돌아보았다. 그러나 현재시중에 나도는시사 텔레비전 쇼 사회자로 나선다든가, 뉴욕 시장에 출마한다든가 하는 설은 사실과 다른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클린턴이 돈벌이 자체에는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그는최근 CBS 텔레비전 앵커인 댄 래더와가진 회견에서 '나도 이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면서 취직할 뜻도 비쳤다. 이 회견에서 자기는지금까지 돈을 저축할기회가 별로없었지만 앞으로는 저축도 하면서 밀린채무를 갚겠다고밝혔다. 몇 년 전 그는 아칸소 주지사때 발생한 부동산 투기사건인 '화이트워터 스캔들'에 휘말리는 바람에 변호사를 대느라 엄청난빚을 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백악관을 물러나면당장 이런저런 빚을 값아야 할 처지이다.그러나 측근들에 따르면, 클린턴은 빚 값는 데어려움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우선 지난 8년동안 역대어느 대통령보다 인기를 누린 클린턴은 한 번 연설에 수만 달러를 받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많이 받을 것 같다. 측근들은 클린턴이퇴임하는 순간부터 연설 일정을 맞추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으로 내다본다.

클린턴의 수입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일 대학 법대를 졸업한 그는아칸소 주 검찰총장을 지내기에 앞서 한때 아칸소대학 법대에서 교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강단에 설 수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미 그가 하버드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으로부터 총장 직을 제의받았다는얘기도 나돈다.그러나 그는 총장처럼 몸이 묶이는직업은 고사할 계획이란다. 어디 한 곳에 묶이는 것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클린턴의 퇴임후 계획과 관련해 가장 일반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다른 데 있다. 클린턴 스스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바로 민주당'대부역'이 그것이다. 그는 현재 직무 지지율이70%에 가까워 역대 미국 대통령가운데 최고로 인기가 높다. 앞으로도 그같은걸출한 인물을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것이 민주당의 중론이다. 게다가 클린턴은 어디를 가나인기가 높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에 최측근 앉혀

백악관 인턴사원 르윈스키와 성 추문으로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직무 수행에관한 한 그에 대한 미국인의사랑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뉴욕 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모린 다우드는 12월20일자 칼럼에서 '클린턴은 퇴임후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할 수 있는 실세 집단을 차려 백악관을 포위할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즉 누구보다 정치욕이 강한 클린턴이한가로이 고향에 있는 자신의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돌보거나 대기업 이사로소일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사실 클린턴은 이미 자신의가장 절친한 골프 친구이자정치자금 모금의귀재로 알려진 테런스 맥걸리프를 차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에 앉혔다. 이는 차기 의회선거 또는 대통령선거와 관련해민주당의 방향과 의제를 정하고, 대외적으로는 민주당 얼굴로 행세하는 막중한 자리다. 맥걸리프는 과거 클린턴이 화이트워터 부동산 추문에 연루되어 변호사 비용이 없을 때 클린턴을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친 것은 물론 힐러리 여사의 뉴욕 상원의원 도전과 관련한 모금운동에도 깊숙이관여했다. 또 근래에는 1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클린턴 기념 도서관 건립비를 모금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현재 미국의 전직 대통령관련 법령에 따르면, 총무처(GSA)는 전직 대통령에게 퇴임후 현직 각료 월급에 해당하는 매월15만 7천 달러를 지급하고 6개월 동안 임시사무실 두 곳을 제공한다. 6개월 이후에는 평생 사용할사무실을 마련해 준다. 클린턴은 퇴임후 일단아내가 있는 뉴욕과 워싱턴에 각각임시 사무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평생 집무실로는 워싱턴보다 뉴욕 맨해튼 쪽을 택할 생각이다.

클린턴은 퇴임후 자신의 새 보금자리에서 오는 2004년 백악관 탈환을위한 민주당의 전략을 막후에서 조종하며 당의최대 보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