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날씨 '정부 마음대로'
  • 베이징·주장환 통신원 ()
  • 승인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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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인공 강우 기술로 가뭄 해결…
시 단위까지 시스템 설치


대륙의 기후는 지독하다. 살을 에는 듯한 겨울 바람도 그렇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내리쬐는 여름 햇살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이다. 특히 중국은 4년 전부터 남방에서는 연례 행사로 폭우가 쏟아지고 북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골치를 앓아 왔다. 더욱이 올해는 5월부터 30℃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7∼8월에는 40℃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되었다.




그런데 최근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북방의 몇몇 도시들이 '시원한' 여름을 맞고 있다. '인공 강우' 덕분이다. 베이징 시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말까지 네 차례 인공 강우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롄(大連) 시 등 북방의 대표적인 도시들도 인공 강우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오랜만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번개가 치다가는 이내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다. 소나기가 지나간 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갠다. 인공 강우이다. 베이징에서는 6월14일과 15일에, 특히 중국 공산당 건당 80주년 기념일인 7월1일을 앞둔 6월28일과 29일에는 저녁 9시께 각각 인공 강우를 시도해 성공했다고 베이징 〈칭녠바오(靑年報)〉가 전했다. 사실 중국에서 무슨 중요한 행사 전에 비가 오는 것은 이제 기정 사실이다. 그만큼 기술이 발달했다는 소리이다.


인공 강우는 구름이 없는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름은 형성되어 있지만 비를 뿌릴 정도로 기상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을 때 여건을 만들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베이징 시 기상국 저우더핑(周德平) 인공증우실 주임은 "인공 강우라는 말은 원래 없고, 정확히 말해 인공 증우이다"라고 말했다. 또 인공 증우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첫 번째는 구름층에 일정한 양의 수분이 존재해야 하고, 두 번째는 촉매제를 -5 ℃ 이하 구름층에 뿌려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에서는 촉매제로 주로 요오드화은을 사용하고, 이것을 촉우탄에 담아 구름에 뿌린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958년 지린성(吉林省)에서 가뭄 해소를 위해 최초로 인공 강우 실험을 했다. 1946년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선보인 미국보다 12년 밖에 뒤지지 않았다. 그 후 1978년에는 성(省) 단위에서 촉매제를 생산하고, 대공포·비행기·로켓 등 인공 강우 시스템을 갖추었다. 1990년에는 인공 강우 시스템이 각 시에까지 설치되고, 쓰촨성(四川省)에 기록적인 가을 가뭄이 닥쳤을 때 비를 200mm 내리게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술이 더욱 발전했다. 전에는 대공포와 비행기로 촉매제를 뿌렸지만, 요즘은 구름 이동 상황을 정확히 측정해 로켓을 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뭄과 사막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부 지역에 대규모 인공 강우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현재 한창 진행되는 서부 대개발 계획의 하나로 인공 강우 전용 비행기와 탐측 장비, 레이더 기지 등을 설치할 것이라고 〈런민르바오(人民日報)〉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이 이토록 인공 강우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 북부와 서부 지역은 현재 수년 동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에도 100일 이상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가 계속되면서 수백만 주민과 동물이 고통받고 있다. 특히 서북 지역은 웬만큼 비가 와서는 해갈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네이멍구(內蒙古)의 이커사오멍(伊克昭盟)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지난 4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현재 1년 평균 380 ㎢씩 사막화가 진행되고, 40만 주민과 가축 3백만 마리가 식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방 도시들도 혹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북방 지역 100여 개 도시가 이미 제한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직할시인 톈진(天津)도 그 중 하나이다. 톈진의 경우 상황이 심각해, 7월 말이면 남은 식수가 바닥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바빠진 곳은 바로 톈진 시 기상국의 대공포와 로켓을 관리하는 부서이다. 그들은 연일 초긴장 상태로 일정한 수분을 가진 구름이 생기기만을 기다리며 훈련에 여념이 없다.


3백만원 비용 들여 1억원 이상 경제적 이득 얻어




이밖에 경제 면에서도 인공 강우는 효과가 대단히 뛰어나다. 〈징지스바오(經濟時報)〉는 베이징 시가 인공 강우를 실시해 얻은 경제적 이득이 들인 비용의 45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효과가 크면서도 값이 가장 비싼 로켓용 촉우탄의 경우 한 발에 약 2천 위안(한화 32만원)이다. 일반 대공포로 쏘아 올리는 촉우탄은 1발에 60여 위안(9천6백원)에 불과하다.


지난 6월14일과 15일 베이징 시가 옌칭(延靑)·하이뎬(海澱)·핑구(平谷) 등 교외에서 발사한 촉우탄은 대공포를 이용한 일반 촉우탄 40발이었다. 이로 인해 비가 평균 20mm, 일부 지역에서는 100여 mm가 오기도 했다. 촉우탄 값 2천 4백 위안(약 38만원)에 발사 비용을 합해도 2만 위안(3백20만원)을 넘지 않는데, 베이징 언론들은 이로 인해 약 90만 위안(1억4천4백만원) 정도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다각도로 유용한 인공 강우를 자주 실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이징 시 기상국 부국장 궈린칭(郭林淸)은, △ 인공 강우의 전제 조건인 일정한 수분을 함유한 구름층이 자주 생기지 않고 △ 항상 민감한 구름 변화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인원과 장비 면에서 그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며 △ 예산이 적어 대부분 대공포를 이용해 인공 강우를 실시하는데, 도시 주변은 항공 노선이 복잡해 자칫 비행기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심각한 가뭄 상황에서는 구름층만 생기면 언제든지 인공 강우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공 강우 부작용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최근 충칭(重慶) 시의 한 주민이 촉우탄 불발로 자기 아내의 다리가 부러진 데 항의해 조사 나온 관련자들을 인질로 삼아 경찰과 대치한 사건이 발생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촉우탄 조작 미숙이 그 원인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베이징 시 궈칭린 기상국 부국장은 "보통 지상 4000∼5000 m 상공에 요오드화은을 쏘기 때문에 그것이 비가 되어 내려올 때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작아지고, 또 한 번에 한 발사 지역에서 10발 이상씩을 쏘지 않으므로 인체나 대지에 전혀 해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시민은 요즘 일기 예보에서 오늘 비 올 확률 0%라고 해도 우산을 꼭 챙긴다.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소 일기 예보의 불확실성에 불만이던 사람들도 최근에는 조용하다. 심각한 사막화와 가뭄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중국 정부의 인공 강우 대책은, 지금까지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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