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 안 맞는 세계화 쌍두마차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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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기관 IMF와 IBRD, 지배-종속 관계로 바뀌어



세계화를 이끄는 3대 국제 기구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그리고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가 꼽힌다. 이들 가운데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특히 지난 20년 동안 가속화했던 세계화를 최일선에서 집행·관리한 양대 축으로 주목되어왔다.



원래 두 기관은 제2차 세계대전에 기원을 두고 있는 쌍둥이 기관이다. 1944년, 전후 세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영국 뉴햄프셔에서 열린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연합국 주요국의 합의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당시 국제통화기금은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세계은행은 식민지에서 갓 독립한 국가들의 자력 갱생을 돕는 문제를 포함해 세계 경제의 발전을 책임지는 기능을 맡았다. 세계은행의 원래 이름이 국제부흥개발은행이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두 기관이 공조 체제에서 경쟁 및 갈등 체제로 바뀐 것은 1980년대,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총리에 의해 세계 경제 정책의 지상 목표가 ‘시장 경제’라는 한 테두리로 묶이면서부터다. 이 때부터 두 기관 간의 역할과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각기 다른 조직 규모·작업 방식은 두 기관간 갈등을 부추기며 행동 방식의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두 기관의 이질성은 경제학자 저스틴 포시드가 일찍이 표현한 그대로, 공산당 전위 조직이자 이데올로기 기관(국제통화기금 지칭)과, 대학과 같은 연구·개발 조직(세계은행 지칭) 간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직원이 만명이 넘는 대규모인 데 비해, 국제통화기금은 4천명 규모이다.



문제는 이같은 기관 간의 이질성이 최근에는 아예 두 기관의 관계를 ‘지배-종속’ 관계로 바꾸어놓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계은행은 특정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구조 조정 자금을 제공할 수 있지만, 국제통화기금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같은 위상 변화는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불만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는 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이 ‘아르헨티나는 죄인이다’라고 말하면 아르헨티나는 정말 죄인이 되었다. 나는 약간의 거품,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치명적인 거품을 터뜨리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의 독주를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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