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을 넘어 평화로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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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참석자들, ‘제국주의 극복’ 한목소리
'미국과 세계 평화’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소장 이승렬) 주최로 5월9일 영남대 인문관 강당에서 열렸다. <녹색평론> 발행인인 김종철 교수(영남대)가 사회를 본 이 심포지엄에서는 더글러스 러미스 씨 외에도 일본의 작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오다 마코토(小田 實) 씨와 염무웅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각각 주제 발표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태평양전쟁을 경험한 오다 씨에게 미국은 살육자와 민주주의자의 모습을 동시에 갖춘 모순된 존재였다. 그는 50년이 지난 현재 이라크 아이들도 똑같은 경험을 겪게 될 것이라며,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국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귀어야 할 것인가.’ 50년 전의 자신과 달리 현재의 이라크 어린이들은 훨씬 불행하리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미국 정부가 훨씬 제국주의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미국이 매카시즘 시대였다면 일본이 현재처럼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고 반문했다. 나아가 일본이나 한국처럼 미국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배운 나라들이 이제는 미국에 이를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무웅 교수는 ‘지구적 제국 체제 해체를 꿈꾸며’라는 주제 발표에서 미국식 자유와 민주주의가 ‘애국주의’에 의해 질식되고 있는 현실을 질타했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세계 질서 짜기에서 말미암은 것인데, 미국은 바야흐로 국제연합 체제 종말과 지구적 제국 선포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적 제국주의라는 ‘야만 문명’을 극복하기 위해 ‘지구적 연방’이 절실하다고 말한 그는, 이를 위해서도 ‘민족주의의 전압을 낮추자’고 제안했다.

정현백 교수는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평화 없는 통일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라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이어 통일운동이 평화운동으로, 다시 말해 ‘통일을 통한 평화’가 아닌 ‘평화를 통한 통일’을 지향하는 운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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