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복구하면 식량난도 해결”
  • 안철흥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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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숲 살리기 운동 앞장서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환경부장관 하마평이 돌았을 때는 이 모임도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부터 들었다.” 3월22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동북아산림포럼 정기총회장에서 사회를 맡은 이돈구 교수(서울대·산림자원학과)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54)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의 환경운동, 특히 숲 살리기 운동은 문국현 사장에게 물심 양면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20년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을 펼쳐오면서 매년 50억원 정도를 나무 심기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또한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을 통해 시민운동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동북아산림포럼과 ‘평화의 숲’을 사실상 이끌면서 북한 숲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 날 동북아산림포럼의 신임 공동 대표로 뽑힌 문국현 사장을 총회가 끝난 직후 만났다.
이전부터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1997년 말 북한이 국제 사회에 공식으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이런 사정을 듣고 숲 살리기 운동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부랴부랴 만든 게 동북아산림포럼과 평화의숲이다. 동북아산림포럼은 산림학자들이 중심이 된 단체고, 평화의숲은 순수 민간단체다.

지금까지 북한에 세 번 다녀왔다. 평양 교외로만 나가도 벌거벗은 민둥산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번은 평양에서 자강도(평안북도 동쪽)까지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고속도로 주변에만 어린 아카시아 나무가 심어져 있을 뿐, 멀리 보이는 들이나 산에는 숲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홍수가 잦고, 쓸려간 농지가 하천을 메워 수심까지 낮아져 있다. 홍수 방지나 식량난 해결을 위해서도 산림 복구가 시급하다.

유엔개발계획은 식량을 원조하면서 나무를 같이 준다. 북한도 이것을 원하고 있다. 일종의 녹색 취로사업인데, 산림을 복구하면서 식량도 해결하자는 것이다. 산림 복구는 이렇게 정부와 국민이 함께 나서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남한도 1970년대 녹화 사업을 이런 식으로 했다. 동북아산림포럼과 평화의숲은 주로 양묘장을 조성하고 교육하는 것을 비롯해 종자와 비료, 임업 장비 등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과 함께 일하고 있는 동북아산림포럼쪽 사정은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평화의숲이 하는 사업은 난관이 많다. 가령 남한의 일부 종교 단체가 대규모 묘목 지원을 약속해 놓고 지키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다른 단체의 대북 교류도 지장을 받게 된다.

이제 남쪽의 숲 가꾸기 운동은 시민운동으로 정착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전화 한 통화(평화의숲 전화 02-960-6004, ARS 0600-0700)면 북한에 나무 열 그루를 심을 수 있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란다.

남한도 30년간 녹화 사업을 펼친 덕분에 1차 산림 복구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 숲의 밀도가 1ha 당 70㎥ 정도인데, 스위스(330㎥)나 독일(270㎥) 등 선진국에 비하면 멀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환경지속성 지수도 1백42개국 가운데 1백36위에 불과했다. 이제 식목 단계를 넘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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