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강타한 <난타>의 힘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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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홍보·틈새 전략·승부 근성도 ‘한몫’
‘개런티를 받고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첫 작품.’ <난타>가 최근 이루어낸 성과이다. ‘60분 안에 결혼 피로연 준비를 해야 하는 주방의 난리법석 뒷얘기’가 1997년 첫 공연을 한 이래 6년 만에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것이다.

브로드웨이에 머무르고 있는 (주)PMC의 공동 대표 송승환씨(46)는 내친 김에 브로드웨이 상설관을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PMC의 공동대표 이광호씨는 “현지 반응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7년에 걸쳐 업그레이드해 온 브랜드 <난타>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관계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난타>의 마케팅 수완. 송씨가 처음 전용관을 짓겠다고 했을 때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송씨는 기어이 일을 냈고, 관객을 기다리기보다는 끌어들이기로 작정하고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학생과 직장인 및 주부를 대상으로 한 단체 관람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하기가 그것이다. 특히 한국에 관광하러 온 외국인 가운데 볼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난타>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이미 이런 실험을 하던 서울 정동극장의 담당자를 불러들였고, 본인 또한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 장사에 나섰다. 그 결과 올 10월 현재 <난타>는 국내외에서 관객 1백50만명을 동원했고, 매출 2백50억원을 올렸다. 그 중 해외 매출액이 100억원에 달한다.

<난타>가 성공한 이면에는 틈새를 파고든 적절한 전략과, 도움이 되는 파트너라면 어떤 악조건이라도 감수하는 근성이 돋보인다. 브로드웨이 작품을 해외에 배급하는 브로드웨이 아시아라는 회사와의 협업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이 과정을 얼마 전 펴낸 자서전 <세계를 난타한 남자 문화 CEO 송승환>(북키앙 펴냄)에서 자세히 털어놓았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성사된 것도 파트너와의 협업에 힘입은 바 크다. <난타>를 무대에 올린 브로드웨이의 뉴 빅토리 극장은 상업 극장이 아니다. ‘42번가’에 위치한 좌석 4백99개짜리 중형 극장인데, 1995년 공공 극장으로 재개관했다. 성격도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극장으로 탈바꿈했다. <난타>를 선보이기에 안성맞춤인 이런 극장을 찾아낸 것은 전적으로 해외 마케팅을 맡은 브로드웨이아시아의 노하우 덕이다.

이 극장은 작품당 공연 기간이 한 달을 넘기지 않아 레퍼토리가 다채로운 데다 대관료가 없는 만큼(상징적으로 1달러만 낸다) 문턱도 매우 낮다. 관람료는 다른 브로드웨이 일반 극장의 3분의 1이다. 브로드웨이아시아 관계자는 “처음부터 뉴 빅토리 극장을 염두에 두었다”라고 밝혔다.

송승환씨는 4년 이상 브로드웨이아시아와 힘을 합쳐왔지만 처음부터 협업이 호락호락했던 것은 아니다. 브로드웨이아시아는 맨땅에 헤딩하듯 자기네를 찾아온 송씨에게 공연 수입의 15%를 내야 한다는 통상의 조건에다 <난타> 마케팅 비용까지 대라고 했다. 송씨는 심지어 담당자가 해외 출장을 가면서 공항에 장기 주차해 놓은 주차 비용까지 자기에게 청구하는 데 경악했다고 회고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출품을 권유한 것도 이들이다. 해외 판매에 나설 때 붙일 헤드 카피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난타>는 곧바로 프린지 극장에서 자비를 들여 공연을 했고, 현지 언론의 극찬에 힘입에 이듬해에는 공식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뿐 아니다. 브로드웨이아시아 관계자가 작품을 수정하는 ‘쇼 닥터’들을 투입하자고 할 때마다 흔쾌히 받아들였다. ‘작품의 고유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세계에서 통하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마인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씨는 두 번의 굵직한 전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언론 이용하기의 귀재인 것이다. 평소 송씨의 지론은 ‘백광일홍’(백번의 광고보다 한번의 홍보가 낫다). 기사의 광고 효과가 제일이라는 뜻이다. 첫 번째 기회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송씨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직접 기사를 써’ 언론사에 전해주기도 했다.

브로드웨이 입성은 그로서는 더욱 자랑스러운 사건이다. 송씨는 브로드웨이 입성기를 기록하기 위해 기자단 22명의 항공·체제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난타> 4주 공연의 개런티가 1억6천만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다 싶지만 초청 대상은 종합 일간지와 방송, 스포츠 신문, 경제 신문까지 망라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들은 출국 전과 뉴욕에서, 그리고 귀국한 뒤에도 관련 기사를 쏟아내 흡사 브로드웨이가 온통 <난타> 때문에 들썩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언론이 현지 비평단의 호평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뉴욕 타임스>의 보도가 거의 유일하다. 첫날 공연 이후 공연 리뷰에 <쿠킹>을 포함했고, ‘좋은 떨림’을 전해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달았다. <난타> 관계자는 “처음 기사 원문을 보고 극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평소 <뉴욕 타임스>가 찬사를 남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니 호평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송씨의 화끈한 홍보 전략은, 주식회사 PMC를 코스닥에 등록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송씨는 자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혀 왔다. 이번 기자단에 공연 전문지 기자가 한 사람도 없는 대신, 경제지까지 포함한 일간지 위주로 꾸린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송씨가 바라는 대로 7년에 걸친 그의 노력이 브로드웨이 상설 공연장으로 결실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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