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메탈 그룹 크래쉬 4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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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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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그룹 크래쉬 4집 발표/정통 테크노 가미한 음악 선보여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 음악인들이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하지 않는 록밴드가 있다. 다른 뮤지션들이 그들 뒤에 연주하기를 꺼리는 까닭에, 이 팀은 어느 공연에서든 마치 최고 스타인 양 맨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다른 팀이 더 연주할 엄두를 못낼 만큼,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강력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스래시 메탈 밴드 크래쉬이다.

크래쉬는 메탈 그룹으로서는 보기 드문 두 가지 외형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실험적이고 전투적인 음악을 하는 그룹치고는 오랜 연륜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을 결성하던 1991년에 고교생이던 세 멤버(안흥찬·정용욱·하재용)가 지금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다(얼마 전 김유성·고영상 씨가 가세했다).

다음은, 그 무겁고 강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많은 ‘골수 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1993년 1집 음반을 발표한 이래 3집에 이르기까지 클래쉬는 평균 10만장에 육박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다. 록음악이 뿌리 내리지 못한 한국 대중 음악의 토양에서, 크래쉬 같은 밴드가 대중성을 이만큼 확보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크래쉬가 3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터미널 드림 플로우>라는 4집 음반을 발표했다. 남부럽지 않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음반이 늦어진 까닭을 팀 리더인 안흥찬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스래시 메탈 같은 강한 음악을 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가 연주할 변변한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다.” 안씨는 그들이 부딪치는 일상적인 문제에서부터, 한국 사회에 사는 평범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게 마련인 ‘분노’를 음악에 담았노라고 했다.

크래쉬의 음악에서 가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는다). 쉴새없이 쭉쭉 뻗어나오는 비할 데 없이 강력한 사운드가 크래쉬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4집 앨범에서는 크게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 김유성씨(키보드·프로그래밍)가 가세함으로써, 크래쉬의 원래 성격에다 테크노·힙합·인더스트리얼 요소가 두루 섞여들었다. 강력한 사운드 사이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서정성까지 얼핏얼핏 내비친다. ‘골수 팬’들로서야 서운해 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 대중에게는 풍성함으로 한 걸음 다가선 음반이다.

클래쉬는 4집 음반 발표에 맞추어 단독 공연(5월20~21일·정동문화예술회관·문의 02-538-3200)을 한다.

成宇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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