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박순철 교수<수묵으로 보는 우리 속담전>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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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교수(36·추계예술대)는 생동감 넘치는 인물 표정을 수묵으로 포착하는 데 능숙한 한국화가이다. 인물 표정에 대한 그의 공부는 지난해 열린 3회 개인전 <노년, 그 삶의 표정展>을 통해 잘 드러났다. 관람객들은 그의 그림 속 노인들의 표정에서 수십 년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 사회 비판적·해학적으로 풀어놓아

그의 네 번째 개인전인 <수묵으로 보는 우리 속담展>(3월9~22일·갤러리사비나·02-736-4371)은 3회 개인전의 연장선에 있는 전시회이다. 지난번 전시가 노인들의 잔잔한 얼굴 표정과 몸짓이 말하는 과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이번 전시는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온 속담들로 그린 현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말’로 이루어진 속담을 ‘그림’으로 풀어냈을 뿐 아니라, 거기에다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뜻을 부여했다. 이를테면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는 작품은, 힘겹게 리어카를 끄는 청소부가 주인공이다. 머리를 숙인 채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딘 청소부의 얼굴은, 꽉 다문 입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작가는 그 상투적 이미지에 사회를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의미를 덧붙여, 그를 ‘군자’라 부른다. 한국 사회를 이끈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퍼붓는 통렬한 비판이자 야유이다.

이같은 비판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마스크를 한 채 각목을 들고 구름 같은 먼지를 일으키며 싸우는 승려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개의 모습. 절집에 웬 개? 이러한 속담과 비유, 비판 들이 겹겹이 중첩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전시회의 묘미는 속담을 통해 비판적·해학적으로 풀어놓은 다양한 현실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수묵과 최소한의 채색만으로 단순하게 표현되어 더욱 힘을 얻는다. 메시지 전달 차원에서 보면 작품마다 다소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노년의 표정을 그리려고 2년 동안 탑골공원·강남역 등지에서 노인들을 참 많이 만났다. 그 분들은 대화 도중에 고사 성어나 속담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는데, 그 속담에는 노인들의 지혜와도 같은 철학이 배어 있었다.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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