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알찬 ''미니 앨범'' 떴다
  • 蘇成玟 기자 ()
  • 승인 199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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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음반 제작사.민음협, '싱글 앨범' 15장 발매
경제 한파로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한국 음반 시장에 ‘싱글 앨범’이라는 활력소가 생겼다. 독립 음반 제작사를 뜻하는 ‘인디 레이블’ 진영이 싱글 앨범 4장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한국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도 국악·클래식·재즈·동요·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싱글 11장을 발매했다.

3월30일 서울 신촌의 카페 JFK에서 열린 ‘인디 레이블 공동 기자 회견’. 인디·강아지문화예술·라디오·카바레·재머스·여자화장실·벅스 등 싱글 앨범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7개 인디 레이블들이 주최한 자리였다.

이 날 회견장에는 문화관광부 관계자와 전국 2백여 레코드 숍 및 12개 음반 도매상 대표들이 참석해 싱글 앨범 발매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디 레이블들이 주도하는 행사치고는 전례 없는 반응이었다. 국내 음반 관계자들이 얼마나 ‘불황 돌파구’에 목말라했는지를 엿보게 하는 사례다.

음반 제작의 ‘고비용 저효율’ 탈피

싱글 앨범은 일반 앨범보다 훨씬 적은 곡을 음반에 수록하는 대신 그만큼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미니 앨범’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한 음반 양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일부 가수들의 단발적인 시도만 있었을 뿐, 본격적인 판매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싱글 앨범이 음반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음반 제작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악순환이 개선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제작비보다 홍보비가 몇 곱절 더 드는 기형적 시장 구조에서 신인 또는 비인기 분야 음악인들이 음반을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겨우 2∼3 곡을 히트시키려고 나머지 7∼8곡을 구색 맞추기용으로 끼워넣는 제작 관행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싱글 앨범은 가격 정찰제로 판매된다. 제작자와 유통업자들이 주먹구구 식으로 결정하던 음반 가격은 이들이 담합할 여지를 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음반 매출액을 산출하는 데에도 큰 장애가 되어 왔다.

인디 레이블들이 이번에 발매한 싱글 앨범 4장 가운데 3장은 ‘인디피아’라고 이름 붙인 시리즈 음반. 지난해 인디 레이블들이 발표한 앨범 50여 종 중에서 베스트로 평가받은 곡을 한 장에 5곡씩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인데, 앞으로 매달 1종씩 이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른 한 장은 97년 MBC 록 페스티벌 대상 수상 팀 ‘에브리 싱글 데이’의 공식 데뷔 앨범이다.

인디 레이블들은 4월1일부터 전국 주요 레코드점에 일제히 음반을 배포했는데, 그 이튿날 민음협이 관계사인 ‘까치호랑이’를 통해 제작한 음반들도 편의점이나 대형 서점 등 주로 일반 상품 유통 시장을 통해 시중에 깔렸다.

가격 3천~4천5백원

민음협은 올해 안으로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싱글 앨범 천 장을 발매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디 레이블들이 ‘최저’라고 산정한 싱글 앨범 가격이 4천5백원인 데 비해, 민음협 측이 발매한 것들은 3천원이어서 앞으로 싱글 앨범의 가격 추이가 주목된다. 민음협이 발표하는 음반들이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자칫 싱글 앨범 전체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로 타격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인디 레이블 진영의 우려이다. 이에 대해 민음협측은 제작비를 최소화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제작에 참여한 뮤지션들에게도 공정하게 분배할 계획이므로, 초저가 정책이 싱글 앨범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MP3와 DVD 오디오·CD 자판기 등 급변하는 하드웨어 환경에서 싱글 앨범이 음반 시장에 얼마나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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