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청소년 연극 전용 극단 세운 서갑숙씨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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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할 때, 한국 청소년들은‘지독한 편식증 환자들’이다. 그들은 대중 문화라는 한 가지 음식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영양 과다에, 다른 한편으로는 영양 실조에 걸려 있는 것이다.

연극 배우이자 탤런트인 서갑숙씨(36)가 최근 연극이라는‘문화 영양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 1월21일 그가 설립한‘극단 파란하늘’(0343-98-4555)은 청소년 전문 극단이다. 청소년 전문 극단이 출현한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80년대 후반 청소년 뮤지컬 <방황하는 별들>(김우옥 연출) 이후 우리 연극계에는 전문 극단은 물론 청소년이 볼 만한 연극 자체가 거의 없었다.

“13년간 연기 활동을 해온 배우로서,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어떤 일을 할까 궁리하다가 소박하게 이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라고 서씨는 말했다. 그러나 극단 창단을 준비하자 일은 순식간에 커졌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연극을 보여주자는 취지에 뜻밖에 많은 사람이 호응한 것이다. 연출자와 배우를 섭외하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극단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연출가 임수택씨, 배우 권성덕 김승욱 오해창 최희영 씨 등이 먼 길을 개의치 않고 달려 왔다. 문화체육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해 오는가 하면, 과천시는 대극장과 연습실을 무료로 빌려주었다. 연극계 선배들로부터는 어려운 일을 시작했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청소년 연극을 기다려 온 것이다.

극단 파란하늘은 창단 작품으로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 서씨는 작품을 잘 선택했다고 자부한다.“<어린 왕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사랑과 희망과 꿈을 담은 이 작품이 지금 우리 사회에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린다고 본다.”

오는 4월30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을 시발로 전국 순회 공연에 들어가는 <어린 왕자>는 천 석 안팎의 대극장 무대에서만 공연된다. 대극장이 아니면 청소년들의 ‘수준 있는 눈높이’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씨는 무대 장치에 가장 많은 제작비(3천5백만원)를 투입해 어린 왕자의 아름다운 메시지를, 5m가 넘는 진짜 경비행기 등 수많은 볼거리에 담을 참이다. 첨단 기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영상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변에선 코미디나 뮤지컬을 먼저 하라고 권유했지만, 쉽게 시작하면 우리도 평범한 단체에 지나지 않게 된다. 파란하늘은 1년에 두 편씩 제대로 된 청소년 연극을 만들 것이다.”청소년 극단의 첫발을 내디딘 서씨의 당찬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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