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 누드,혼쭐 난 ‘막가파 상혼’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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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과 누드 기획사의 ‘막가파 상혼’, 시민의 힘에 굴복
논란을 빚었던 이승연씨 종군위안부 관련 영상 프로젝트가 중단된다. 지난 2월16일 영상물 제작을 맡은 (주)로토토측은 공시를 통해 ‘향후 진행하려 했던 동영상 제작 관련 프로젝트를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월12일 이승연씨 기자 회견에서 시작된 ‘위안부 누드 파동’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공시 내용은 일본과 네팔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2,3차 촬영을 중단한다는 것이어서 이미 필리핀에서 찍은 1차 촬영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토토측은 “이미 촬영한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이번 이승연 파문은 누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삼아 성장해온 IT업계의 무감각과, 일반 시민의 상식이 정면으로 맞부딪친 사건으로 해석된다. 요즘 IT 업계에서는 돈이 되는 사업은 누드 서비스뿐이라는 자조 어린 진단이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번 사안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은 특히 민족주의 성향이 짙다. 2월12일 개설된 다음의 관련 카페(daum.cafe.net/antilee)는 불과 닷새 만에 회원이 5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마당에 ‘누드가 아니다, 역사를 재조명하고 싶었다’는 기획사측의 해명은 오히려 반감에 기름을 붓는 구실을 했다. 사안을 재조명한다면서 사전에 종군위안부였던 할머니들이나 시민단체와 접촉하지 않은 것이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배포된 ‘더 이상의 누드는 없다’는 홍보 문구도 그들의 해명을 요령부득으로 만들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사무총장은 그들의 주장이 아귀가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사후에 언론을 통해 수익금의 일부를 주겠다는 둥 얼토당토 않은 말을 흘리는데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이 연락을 취해온 것이 기자회견 이틀 전이다. 그것이 협의인가. 프로젝트를 폐기하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파문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보통 연예계에서 스캔들이나 논란은 통념과 달리 악재로 파악되지 않는다. 격렬한 논란은 곧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득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도 논란을 보도하면서 간접으로 사안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 연예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언론의 태도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중립적으로 뉴스를 보도하는 앵커들조차 ‘시민들이 부문별한 장삿속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은 취지라면 옷을 벗지 말았어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주최측은 정작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기획사인 (주)네띠앙엔터테인먼트측이 촬영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협력사들은 달랐다. 우선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이동통신사들이 속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에서 모바일 서비스는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해 사실상 주요 수입원이 끊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이승연씨측에 의상을 협찬했던 한복 장인 이영희씨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사들은 이승연씨 촬영분을 빼고 프로그램을 다시 편집했다.

코스닥에 등록한 (주)로토토와 (주)네띠앙엔터테인먼트측은 자기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비로소 기획을 포기하겠다는 공시를 내기에 이르렀다. 주가 급락은 일이 어떻게 전개되든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파문은 여전히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주)네띠앙엔터테인먼트 박지우 이사는 공식 사과문을 공개한 뒤 삭발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벤트를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이미 촬영한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원래 기획사는 모바일 서비스·웹 서비스·화보집 순서로 영상물을 유통시킬 계획이었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 앞으로의 계획은 포기한다고 해도, 이미 찍어 놓은 분량은 그만큼 ‘금싸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는 머리를 삭발하면서 기자들에게 “우는 모습을 원하시죠? 저는 절대로 울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파문의 희생자가 보일 법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탤런트 이승연씨는 당장 수입에 차질이 생긴 것 못지 않게 이미지 손실이 더욱 커 보인다. 이미 인터넷에는 패러디 영상물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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