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한국 누드 미술 80년전>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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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호·이쾌대 작품 등 1백35점 출품
인간의 벗은 몸, 곧 누드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이후 수천 년이 흐르는 동안 육체의 아름다움은 미술가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화두’로 존재해 왔고, 그 전통은 20세기 들어서야 동양에 유입되었다.

풍속화에서 언뜻언뜻 노출되었을 뿐, 육체의 미 자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 땅에 서양풍의 누드화가 처음 선을 보인 것은 꼭 80년 전이었다. 일본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김관호(1890 ~1959)의 졸업 작품이자 일본 ‘文展’ 특선 작품인 <해질녘>이 국내에 소개됨으로써 한국에서도 누드화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예술의전당 미술관(02-580-1611)에서 열리는 <한국 누드 미술 80년전>(12월21일~1월12일)은, 누드화의 역사와 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전시회이다. 김관호 이후 누드화를 그린 2백여 작가 가운데 66명을 선정해 1백35점을 전시하는,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규모 누드 미술 전시회이다. 한국 누드화 역사의 기점이 되는 <해질녘>(도쿄미술학교 소장)을 빌려오지 못해 실물 크기의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으나, <한국 누드 미술 80년전>은 누드화의 역사뿐 아니라 누드라는 형식을 통해 근대에서 최근에 이르는 한국 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50년 이전 한국 화단에서 누드에 관심을 보인 작가는 20명 남짓이었다. 구본웅은 자유 분방한 터치와 굵은 필선, 대담한 생략과 볼륨감 넘치는 면 구성 등으로 개성적인 내면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이쾌대는 <군상Ⅳ>(48년)에서 나체 군상들이 서로 뒤엉켜 절규하는 듯한 극적이고 격렬한 모습을 통해 해방 공간의 시대상을 표현하고 있다.

김흥수·천경자 등 원로 작가들은 초기작과 최근작을 동시에 전시해 수십 년의 시차를 느끼게 해준다. 이밖에 현역 작가로는 권옥연 강연균 이숙자 최쌍중 이두식 이강하 조덕현 등 모두 41명의 작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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