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그들만이 꿈꾸는 세상><모노가미의 새 얼굴>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6.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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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편 소설, 유재용 <그들만이 꿈꾸는 세상>·김원우 <모노가미의 새 얼굴>
제도와 관습은 공동선을 위한 보호 장치 이지만, 동시에 억압이다. 각각의 삶과 문화는 보호와 억압이라는 양극 사이에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에게는 일부일처제와 동의어로 쓰이는 결혼 제도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 드라마 <애인>이 전국의 ‘일부일처제’를 뒤흔들었거니와, 오늘날 일부일처제는 그 지반이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

중견 작가 유재용씨(60)와 김원우씨(49)가 최근 나란히 발표한 두 장편소설은 <애인>의 여운을 각각 다른 관점에서 환기시킨다. 유씨의 <그들만이 꿈꾸는 세상>(문예마당)은 미스터리 기법을 동원한 가상의 세계인 반면, 김씨의 전작 장편 <모노가미의 새 얼굴>(솔)은 소설의 눈높이를 일상에 정확하게 맞추고 있다.

결혼의 위기는 사회적·문화사적 문제

<그들만이…>는 최근 구효서씨가 보여주었고, 그 이전에 윤대녕씨가, 그 훨씬 이전에 이청준씨가 걸어갔던 ‘비밀 조직’모티브를 구사한다. 비밀 조직의 이름은 ‘불꽃회.’ 일부일처제를 정면으로 배격하고 다부다처제를 실험한다. 불꽃회는, 일부일처제가 구시대 지배 논리에 이용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새 시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비판한다. 그리하여 불꽃회는 다부다처제 공동체를 통하여 개인이 아닌 종족·생명 번영을 지향하면서 인류의 구원을 기획한다.

김원우씨의 <모노가미의 새 얼굴>은 이 땅의 결혼 제도에 대한 해부학이다(모노가미는 일부일처제를 뜻하는 인류학 용어). 김씨는 결혼 풍속과 성 풍속을 신랄하게 묘사함으로써 오늘날 한국 사회 전반의 부조리까지 짚어내는 총체성을 획득한다. 건축가인 화자 ‘나’(최정완)는 결혼과 이혼을 게임이라고 파악하면서, 남성으로서 일부일처제의 비인간성을 드러낸다. 즉 결혼 제도를 불륜과 돈벌이라는 개인적 측면과, 준(準) 모계 사회라는 제도 차원에서 분석하면서 가출, 재산 분규, 불륜의 전모, 일부일처제의 미래 등 폭넓은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만이 꿈꾸는 세상>이 광기와 혼돈을 무기로 삼아 자유의 세계를 지향하는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꿈’이라면, <모노가미의 새 얼굴>은 반지만 보고도 상대방의 삶의 이력을 읽을 수 있는 중년의 정밀한, 그러나 신랄한 고발이다. 60대 작가가 쓴 20대의 꿈과, 40대 후반 작가가 작성한 중년의 ‘보고서’가 일부일처제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결혼 제도가 그만큼 모순과 한계를 안고 있음을 새삼 반증한다.

또한, 두 장편소설은 그동안 여성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가정·가족·결혼 문제가 남성 중견 작가들의 시야에 분명하게 포착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소설이 당대 문화를 감지하는 가장 예민한 촉수이고 보면, 일부일처제의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부부와 부부의 부모는 물론 2세들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문화사적 문제라고 두 소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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