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사상 최대 규모<97 자유>콘서트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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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자유> 공연 6월4일 개막…70~90년대 대표하는 50여 가수·그룹 출연
97년 6월4~5일, 7~8일 한국 대중 음악 사상 가장 큰 공연이 열린다. 최대 공연이라는 것은, 2만명을 수용하는 고려대 노천 극장에서 나흘 동안 50개 가까운 팀이 출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7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각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 혹은 밴드 들이 슬로건을 내걸고 사상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것이다. 참여 가수들의 면면만으로도 한국 대중 음악사에 이정표를 세우는 공연임에 틀림없다.

신중현 산울림 조용필 넥스트 등 시대별 대표 가수를 비롯해, 장사익 조동진 한영애 강산에 안치환 씨 등이 만드는 무대는 <97 자유>. 지난해 6월 서울대에서 처음 열린 <자유>가 대중 음악계의 연례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자유>가 음반 사전 심의 제도가 철폐된 것을 기념하는 대중 음악가들의 축전이었다면, 올해 <자유>는 대중 음악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공연이다.

<97 자유>를 만든 이들은 이 공연에 참가하는 대중 음악인들이다.‘한국 대중 음악의 발전’이라는 대의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여하기 때문에 개런티는 받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97 자유>를 기획한 이강현씨(뮤직센터 21세기 기획실장)는 “대중 음악의 권리를 선언하는 공연이므로, 출연자를 섭외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라이브 공연 능력이 있고, 상업성보다 독자적인 음악 세계 구축에 주력해온 뮤지션 위주로 참가자를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대중 음악 위한 7대 요구도 채택

<97 자유> 공연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 한국 대중 음악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제기하고 그 개선을 위해 대중 음악 종사자들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음반 사전 심의제도가 완전히 폐지되었으나, 한국 대중 음악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 요소들은 각종 법규와 제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출연진을 대표하는‘97자유준비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한국 대중 음악을 올바로 정립하기 위한 7대 요구’를 발표했다.

△기존 공연장의 대관 문턱을 낮추고 대중 음악 전용 극장을 건설하라 △식품위생법 및 공연법을 개정해 라이브 클럽의 합법성을 보장하라 △음반사 설립 자유를 보장하여 저예산 독립 음반사를 육성하라 △방송사부터 객관적이고 공정한 대중 음악 순위 통계를 실시하라 △음악 전문 방송답게 FM 라디오 정책과 편성 방침을 혁신하라 △사회성 있는 노래만을 검열하는 방송 사전 심의제를 개선하라 △표절에 대한 신속 정확한 대처와 함께 사전 예방책을 마련하라.

라이브 무대를 통해 팬들과 직접 만나려 하는 진정한 의미의 가수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마음 놓고 연주할 만한 대중 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다는 점이다.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 등 기존 공연장의 문턱은 대중 음악가들에게 여전히 높다. 체육관 공연을 하면 수익금의 36%를 문예진흥기금 따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대중 가수가 대규모 라이브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팬 서비스’ 아니면‘도박에 가까운 모험’이다.
식품위생법과 공연법은 대중 음악인의 처지에서 보면 젊은 음악가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악법이다. 크고 작은 라이브 무대를 제공하는 일상적인 공간들이 문을 열려면 카바레나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업소 허가를 내야 한다. 유흥업소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 때문에 언더그라운드 밴드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클럽 문화가 생겨날 여지가 없고, 대중 음악의 토양이 되어야 할 하위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97 자유>는 최근 활성화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에게 식전 공연 무대를 제공하고, 이한철·크라잉너트·황신혜밴드·어어부밴드 등 공연의 흐름을 이어줄‘말뚝이 밴드’를 선정해 매일 한 팀씩 무대에 세운다.

수익금 ‘북녘 동포 돕기’에 내놓을 예정

<자유> 공연이, 올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애초에 기획한 두 번째 목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97 자유>는‘대중 음악에 희망을, 북녘 동포에게 사랑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발했다. 그러나‘북녘 동포 돕기 기금을 내는 것은 상관없으나, 그것을 공연 제목으로 내세우거나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은 안된다’는 당국의 방침 때문에 ‘북녘 동포에게 사랑을’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다.
이같은 제한된 조건에도 불구하고 <97 자유>의 출연진과 제작진은‘북녘 동포에게 사랑을 전하는 인도주의적 실천의 상징 역할을 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84년 아프리카 대기근의 구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미 팝스타들이 연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의‘한국판 공연’을 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97 자유>는 출연자와 제작자의 공연 진행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북녘 동포를 돕는 데 내놓을 예정이다. <97 자유>는 서울 공연뿐 아니라, 팀을 교체해 가며 대구 수원 대전 진주 광주 부산 전주에서 2개월에 걸쳐 공연된다. <97 자유>의 하이라이트인 서울 공연 일정은 다음과 같다(문의 02-326-1275).

6월4일 오후 7시30분:리아 윤도현밴드 안치환 조동진 넥스트/6월5일 오후 7시30분:삐삐롱스타킹 한영애 꽃다지 시나위 크래쉬/6월7일 오후 6시30분:이스크라 블랙홀 동물원 패닉 산울림/

6월8일 오후 6시30분:노이즈가든 봄여름가을겨울 장사익 강산에 신중현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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